
연기 생활 8년 차임에도 출연하는 작품마다 새 이미지를 보여줘 매번 뛰어난 신인 같은 느낌을 주는 배우가 있다. 걸그룹 모모랜드 출신의 연우다. MBC ‘위대한 유혹자’(2018) 특별출연을 시작으로 연기자로 전향한 연우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캐릭터를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나 매번 새로운 사람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JTBC ‘옥씨부인전’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옥씨부인전은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외지부 옥태영(임지연)과 그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추영우)의 치열한 생존을 그린 사극이다. 연우는 극중 수려한 외모와 심성을 지닌 차미령을 연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송씨 부인(전익령)의 말만 듣고 옥태영에 복수하려 의도적으로 접근하지만, 진실을 알고 나서 어머니의 잘못까지 본인이 반성하고 뉘우치는 캐릭터다. 옥태영의 시동생인 성도겸(김재원)과는 부부로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펼쳤다.
2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연우는 “처음 사극이라 고민이 많았지만 감독님께서 잘 이끌어주셔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연우는 “현대극만 해왔기에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등 사극을 찾아봤다. 사극에서의 태도들을 익히려 했다. 하지만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니 분석한 것 이상으로 말투나 태도, 감정까지 다 신경 써야 했다”며 “게다가 두 얼굴의 인물이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 선과 악의 두 이미지가 명확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극중 못된 의도로 접근하긴 했지만 차미령은 참회한 뒤 옥태영으로부터 용서를 받는다. 오히려 부모한테 못 받은 사랑을 남인 태영과 남편인 성도겸한테 받는다. 연우는 “더 글로리 때부터 팬이었는데 이번에 함께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다. ‘사람이 눈빛만으로도 많은 걸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걸 언니를 보고 느꼈다. 극중 미령이 미안함에 떠나려고 하자 태영이 ‘자네의 마음을 내가 채워주겠네’하며 잡는다. 미령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아니었는데, 언니의 눈을 보며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 눈빛만으로도 상대의 감정을 끌어올려주는 연기자라고 생각한다”며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옥사에 갇히는 장면에서 어떤 표정으로 감정연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땐 ‘호흡으로만 해도 돼. 난 그게 편하더라’라며 다정하게 노하우를 말해줬다”며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첫 사극임에도 복잡다단한 인물의 면면을 디테일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었다. 지난해에만 옥씨부인전을 포함해 세 개의 작품을 하면서 바빴을 상황이지만 각기 다른 캐릭터를 다 살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줬다. MBC 금토극 ‘우리, 집’에서는 복수를 위해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광기 빌런 이세나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KBS 2TV 수목극 ‘개소리’에서는 거제도를 지키는 다정한 순경 홍초원 역으로 분해 안방극장에 따뜻한 힐링을 선사했다. 열정은 수상으로 이어졌고,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우수상과 베스트 커플상을 거머쥐었다. 대상을 받은 이순재와 나란히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됐다.

연우는 “2관왕도 감사했지만, 이순재 선생님께서 대상을 받는 자리에 제가 함께여서 영광이었다. 선생님께서 소감으로 ‘시청자분들께 그동안 신세를 져서 감사했다’고 하셨는데 그 감정은 어떤 감정일까, 나도 훗날 저런 멋진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 생각이 들면서 뭉클했다”며 “롤 모델을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연세가 있으심에도 아직도 연기를 사랑하시고, 작품에 진심을 다하는 순재 선생님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좋은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먼저 되고 싶다는 연우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올해 목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자는 마음이다. 그 어떤 목표보다 이루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당연히 연기도 열심히 하겠다”고 웃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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