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격전지, 통합우승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KBO리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골든글러브 트로피, 그 영광의 수상자가 밝혀지면 항상 따라붙는 이슈는 바로 ‘우승 프리미엄’이다. 치열한 경쟁이 붙은 포지션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구단 선수에게 표가 몰리는 경우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통합우승과 함께 ‘V12’를 신고한 KIA지만, 황금장갑 수확은 결코 쉽지 않다.
확실한 카드는 딱 한 장, 3루수 김도영이다.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나머지 전장에 출사표를 내민 호랑이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뜨거운 감자’는 단연 유격수다. 일단 KIA 박찬호가 첫 수상을 노린다. 꼬리표처럼 달리던 공격력 부재를 딛고 2년 연속 3할 타율(0.307)을 남겼다. 수비 이닝도 1120⅓이닝으로 동 포지션 1위다. 지난해 오지환과의 경쟁에서 ‘우승 프리미엄’에 밀려 아쉽게 골든글러브를 놓친 아쉬움을 달래려 한다.
풀타임 기준 3할 타율-10홈런-10도루를 채운 역대 6번째 유격수가 된 박성한(SSG)의 벽이 그를 가로막는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에서도 0.791로 박찬호(0.749)를 상회한다. 지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도 0.357(14타수 5안타) 2타점 4득점을 남기며 ‘국가대표’ 상징성까지 가져가면서 우위에 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운드에서도 KIA의 승산이 높지 않다. 부상을 딛고 돌아와 ‘V12’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제임스 네일이 26경기 12승5패, 138탈삼진 평균자책점 2.53(149⅓이닝 42자책점)의 성적표로 도전을 알렸다. 평균자책점 타이틀홀더 수식어가 그를 받친다.
NC의 ‘외인 투수 명가’ 타이틀에 힘을 더한 카일 하트가 네일을 막아선다. 하트는 26경기 13승3패, 평균자책점 2.69(157이닝 47자책점)를 남겼다. 다승과 이닝, 탈삼진(182개·1위)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15승으로 토종 다승왕에 오른 원태인(삼성)도 대항마로 꼽힌다.
지명타자도 장담할 수 없다. 타율 0.280 22홈런 109타점 등 만 40세라고는 믿을 수 없는 시즌을 수놓은 최형우(KIA)가 역대 최고령 골든글러브 수상에 도전하는 가운데, 김재환(두산)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김재환은 2023시즌 슬럼프를 딛고 올해 타율 0.283 29홈런 92타점 등으로 부활을 알린 상황이다.
KIA는 직전 우승 시즌이었던 2017년에 총 5명의 황금장갑을 배출했다. 정규시즌-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양현종을 필두로 안치홍(2루수), 김선빈(유격수), 최형우·로저 버나디나(이상 외야수)가 영예를 안았다. 7년을 건넌 올해, 그때만큼의 금빛 잔치는 쉽지 않아 보인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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