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선배님 존재만으로 너무 든든해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두산의 포수 김기연은 올 시즌 꿈만 같은 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겨울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두산으로 이적해 새로운 기회를 움켜쥐었다. 그 결과, 주전 포수 양의지를 뒷받침하는 백업 역할을 수행하면서 팀의 미래로 거듭났다.
리그 내 베테랑 포수가 즐비한 가운데 1997년생인 김기연의 등장은 뜻깊다. 두말하면 입 아플, 분명한 ‘복덩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 9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8(252타수 70안타) 5홈런 31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도 0.714로 펀치력도 충분히 기대할 법하다. 포수 수비로는 84경기 579이닝을 소화했고, 양의지(76경기 608.1이닝)의 부상 공백을 최소화했다. 지난달 2, 3일 잠실에서 열린 KT 상대 와일드카드시리즈(WC) 결정전에서도 모두 선발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멈추지 않는다. 시즌 종료 후가 더 바쁘다. 김기연은 현재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리는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6일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김기연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운이 참 좋았다. 출전 기회도 많이 받았다는 점에서 그렇다”며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난 여전히 멀었고,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더 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주전 선수들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점수를 매길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스스로를 평가하는 게) 어려울 것 같다. 나중에 주전이 된다면 그때 내 점수를 매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겨울만 해도 지금의 모습이 쉽사리 연상되지 않는다. 김기연 역시 “작년 이맘때 예비군 훈련을 받다가 2차 드래프트 이적 소식을 들었는데...”라고 제법 감격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을 정도다. 두산에 합류해 ‘귀인’을 만나기도 했다. 바로 팀의 안방마님 양의지다.
이를 두고 김기연은 “의지 선배가 평소에 쓴소리를 하나도 안 하신다.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가 항상 ‘잘한다 잘한다’ 칭찬과 응원만 해주시는데, 후배 입장에서는 정말 기쁠 수밖에 없다. 덕분에 많이 배웠고, 또 매 순간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섰다. 의지 선배는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했다.
향상심(向上心), 김기연의 장점 중 하나다. 끊임없이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려고 한다. 그의 시선이 벌써부터 내년 시즌, 그리고 ‘3할 타율’로 향하는 까닭이다.
이에 김기연은 “솔직히 공격, 수비 다 잘하고 싶다. 수비도 그렇고, 방망이는 한참 멀었다. 아직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지 선배님처럼 3할 쳐보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또한 포수 수비에서는 “우리 팀 투수들은 공이 빠르고, 변화구 무브먼트도 좋다. (포수인) 내가 블로킹만 좀 더 잘한다면 마운드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도루저지도 아쉬웠는데, 내년에는 피치클락도 도입되니 더 신경 써서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천=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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