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아쉬운, 그날의 비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프로야구 삼성이 빈손으로 돌아간다.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2차전서 3-8로 패했다. 앞서 치른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1-5)까지 더해 하루에 2패를 안았다. 불리한 위치에 서게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역대 KS서 1,2차전 승리 팀이 왕좌를 차지한 기억은 20번 가운데 18번이다. 확률 90%. 양 팀은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서 시리즈를 이어간다.
어수선했던 분위기. 삼성과 KIA는 21일 열린 KS 1차전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오락가락 내리는 비로 인해 시작부터 1시간 이상 지연되더니 기어이 중단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6회 초. 삼성이 1-0으로 앞선 가운데 무사 1, 2루 절호의 찬스를 맞았을 때다. 악천후로 22일마저 뛰어넘은 뒤 재개된 경기. 가장 외면하고 싶었던 시나리오를 마주했다. 불펜 싸움서 밀렸다. 7회 말 2사 2,3루 위기서 임창민이 연속 폭투를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1패 이상의 충격이었다.
여파는 고스란히 2차전에까지 미쳤다. 경기 초반부터 마운드가 흔들렸다. 선발투수로 나선 황동재가 1이닝도 채 버티지 못하고 내려간 것. ⅔이닝 5피안타 5실점(5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LG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3차전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것과는 달랐다. 제구가 어긋나며 볼카운트 싸움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포수 강민호의 견제 실패로 부담이 가중되기도 했다. 일찌감치 주도권을 내준 탓에 경기 내내 힘든 운영을 해야만 했다.
사실 삼성은 2차전 선발투수를 두고 고민이 컸다. 좌완 이승현과 황동재를 후보로, 여러 가지 전략을 세웠다. 스포츠에 만약은 없지만, 두고두고 1차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그때 찬스를 살릴 수 있었다면 완전히 다른 선택을 했을 터. 안타깝게도 하늘은, 적어도 1~2차전에서만큼은 삼성편이 아니었다. 사상 첫 포스트시즌(PS) 서스펜디드 경기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연패를 당하며 그간 축적돼왔던 긴장감과 피로까지도 한꺼번에 터지는 듯한 모습이다.
아직 희망은 있다. 시리즈 중 일부만 치렀을 뿐이다. 보다 빠르게 반전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홈에서 치르는 3~4차전이 더욱 중요해진 까닭이다. 삼성은 저력이 있는 팀이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릴 만하다. 1,2차전을 내주고도 역전 우승을 한 두 번의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삼성이다. SK(SSG 전신)가 2007년 2패를 먼저 안고도 정상에 오른 데 이어 2013년 삼성이 뒤를 이었다. 삼성이 다시 광주(5~7차전)로 올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잡는다.
광주=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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