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을야구만 바라봅니다.”
올 시즌 롯데가 선택한 외인 타자는 외야수 빅터 레이예스다. 보장금액 70만 달러에 인센티브 25만 달러 등 총액 95만 달러 규모였다. 낯선 리그임에도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캡틴’ 전준우는 자신이 본 외인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인성이 바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실제로 ‘최고의 외인’이라 할 만하다. 지난달 31일 기준 1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9(481타수 168안타) 14홈런 93타점 등을 때려냈다. OPS(출루율+장타율) 0.900에 빛난다.
롯데 역사 한 페이지에도 이름을 남겼다. 구단 역사상 한 시즌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려낸 외인 타자가 됐다. 31일 잠실 두산전서 3개의 안타를 추가, 168개로 종전 기록이었던 2015년 짐 아두치의 165개를 넘어섰다. 레이예스가 안타를 추가할 때마다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레이예스는 “솔직히 잘 모르고 있었다. 너무 기쁘다”면서도 “현재 우리 팀은 5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적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을 올리는 데 더 중요한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약 때만 하더라도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전형적인 중장거리 타자다. 파워 히터가 적은 롯데 타선을 고려할 때 좀 더 한 방을 때려줄 수 있는 타자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정교한 콘택트 능력으로 자신을 향한 의심을 하나둘 지워갔다. 무엇보다 팀에 위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올 시즌 전 경기를 소화 중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물론 몸에 맞는 볼 등 아찔한 부상 위험을 직면했을 때도 기꺼이 경기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친김에 타이틀 홀더까지 바라본다. 현재 타율 2위, 안타 2위 등에 올라 있다. 심지어 단일 시즌 최다 안타까지도 노려볼 만하다. 이대로라면 수치적으로 201.6개의 안타를 때려낼 수 있다. 2014년 서건창(KIA)이 작성한 201개를 넘어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타이틀 홀더가 되면 구단 홈구장 복도에 이름이 새겨진다. 롯데의 레전드 외인타자라 할 수 있는 펠릭스 호세가 2001시즌 기록한 타율 0.335(367타수 123안타)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방망이라는 것은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다. 최근 타석에서 살짝 급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자신도 모르게 대기록을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일까. 레이예스는 “나도 사람이다 보니 의식을 안 하려 해도 하게 된다”면서도 “하루하루 매 경기 새로운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개인성적은 시즌이 끝나면 확인하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우리만 잘하면 될 것 같다. 팬 분들도 5강, 포기하지 말고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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