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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입문자도 추천하는 투란도트" 솔오페라 이소영 단장 [담담한 만남]

입력 : 2024-08-28 02:28:53 수정 : 2024-08-28 02: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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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어렵다. 이탈리아어나 독일어, 프랑스어 등 원어로 노래해 자막이 없으면 극의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다.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대중 예술과 달리 인간의 삶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순수 예술은 조금 더 깊고 진지하다.

 

‘카르멘, ‘피가로의 결혼’, ‘라보엠’, ‘아이다’ 등 알려진 작품은 많지만 실제 공연장을 다녀왔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식 기저에 깔려 있는 심리적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오페라는 쉽게 다가서기 힘든 고급문화로 여겨진다.

 

그래서 오페라 입문자에게는 반드시 좋은 가이드가 필요하다. 솔오페라 이소영 단장은 국내에서 가장 수준 높고 섬세한 해설을 갖춘 능력자로 불린다. 1990년대초 베로나 국립음악원에서 성악과와 피아노과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24편의 작품을 제작했다. 2009년 이후 매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를 1~2편씩 올렸고, 2017년에는 예술의전당 예술 대상에서 공연 분야 최다 관객상(투란도트)를 수상하며 대중성까지 인정받은 바 있다.

 

이소영 단장에게 올해는 자신의 인생에서 꽤 중요한 페이지가 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리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가 처음으로 오는 가을 한국에서 열린다. 이 단장은 축제의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이 단장은 “오페라 팬들도, 입문자도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객 지향형 공연’을 꿈꾼다”고 말했다. 공연이 두 달 채 남지 않은 지금 눈빛에는 열정과 설렘이 가득하다.

 

◆아레나 디 베로나…처음으로 유럽 벗어나 한국으로

 

-아레나 디 베로나 최초의 내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먼저 아레나 디 베로나는 1913년부터 시작된 전통 깊은 오페라 축제다. 매년 6월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린다. 올해는 이 축제가 100년하고도 1년이 되는 해다. 특히 올해 오프닝 공연이었던 투란도트가 100년 만에 첫 해외 공연을 하는데, 그곳이 한국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탈리아에는 축제가 열리는 두 달 반 동안 세계 각국에서 50만명의 관객이 찾는다. 경제 효과로 환산했을 때 무려 7800억원의 가치다. 한국에서도 기간은 짧지만 현지와 같은 규모의 무대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는 10월1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에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한다. 1만5000석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인데, 저희가 약 1만석 정도를 객석으로 만들고 5000석 정도를 무대로 만들었다. 8회의 공연이지만 이탈리아와 동일한 환경이다. 무대에 오르는 연기자·성악가·합창단·무용수만 500여명에 달한다. 오케스트라와 스태프 등을 포함하면 1000여명 이상이 이번 공연을 위해 동원된다. 무대 크기는 너비 46미터, 높이 18미터다. 이뿐만 아니라 정교한 조명, 화려한 의상까지 이 모든 것을 다 실어 나르는데 40피트 컨테이너 55개가 필요했다.”

 

-공연 횟수가 적어서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다른 예술과 달리 오페라는 공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계속 불어나 손해가 발생한다. 출연진 이외에도 무대 세트와 대소도구·의상·분장·조명·영상 무대 크루·연출팀 등 제작 기간부터 투입되는 100명 이상의 인력들을 생각해 보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쉽게도 정부의 지원이 없는 민간 오페라단은 단장이 직접 기획과 출연진과 예술단 섭외·협찬을 구하고 티켓 판매를 위한 홍보와 마케팅까지 총괄해야 한다. 이렇게 몇 달에 걸쳐 피땀 어린 노력과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도, 오페라 공연은 적자를 내기 십상이다.”

 

-오페라 초보자도 알기 쉽게 투란도트를 설명해 준다면.

 

“칼라프 왕자가 얼음처럼 차가운 권력자 투란도트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목숨을 건 세 가지 수수께끼 풀이에 성공한다. 그리고 마침내 투란도트도 사랑에 눈뜨는 과정이 그려진다. 여기에 왕자 칼라프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시녀 류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여운을 남긴다. 화려하고 거대한 무대 세트 등 풍성한 볼거리, 푸치니의 아름다운 음악까지 3박자를 다 갖춘 걸작이다. 개인적으로 오페라 입문 추천작이기도 하다.”

 

◆멀리 있는 것 같지만, 가까운 오페라 

 

-아마 사람들이 투란도트는 생소해도 ‘네순 도르마(essun Dorma)’를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텐데.

 

“네순 도르마는 투란도트의 3막에 나오는 아리아로 웅장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전 피겨 선수 김연아 씨가 은퇴 무대 갈라쇼에서 선보인 곡으로 익숙한 분들이 많을 거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도 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빈 국립오페라하우스에서 악당과 격투를 벌이는 사이, 흘러나오는 바로 그 곡이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가 짧은 순간 감옥 안 모두에게 자유를 느끼게 해 준 장면을 떠올려보라. 영화 ‘기생충’에서 연교(조여정)가 아들을 위해 여는 생일파티 장면은 어떤가. 각각 피가로의 결혼, ‘로델린다’의 아리아가 흘러나온다. 이외에도 광고, 드라마 등에서 정말 많이 들을 수 있다. 생각보다 쉽고 우리 가까이 있다.”

 

-그럼에도 뮤지컬과 달리 왠지 격식을 차린 옷을 입고 공연장을 가야 할 것 같다.

 

“아니다. 우리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 때 드레스코드가 따로 없잖나. 오페라를 관람할 때도 마찬가지다. 오페라를 보러 가실 때 뭘 입고 가야 할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시더라. 그냥 평소에 입으시는 정도로 편하게 입으시면 된다. 현지 분위기? 드레스에 정장을 입고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누구나 자신의 개성에 맞추어 편안한 복장으로 관람한다(웃음).”

 

◆주한 이탈리아 대사도 극찬…이 단장의 추진력

 

-에밀리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양측의 협업으로 최고의 이탈리아 오페라 투란도트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예비 관객의 기대감을 높였다.

 

“아레나 디 베로나와 여러 번 현지 미팅 끝에 공연이 성사됐다. 제가 베로나에서 공부했다는 점, 솔오페라단이 이탈리아 극장과 협업을 지속적으로 해 와서 현지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듯 하다. 마침 현지의 한국 관객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한국 시장에 대한 이탈리아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지난 30년은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달려온 시간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과찬이다. 한국의 오페라는 놀라울 정도로 높은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 그럼에도 고정 관객층은 여전히 목마른 상황이다. 올해는 한국과 이탈리아가 수교한 지 140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까지 ‘한국-이탈리아 상호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돼 양국에서 다양한 문화교류 행사가 개최된다. 이때만큼 오페라를 접할 좋은 기회는 없을 것 같다. 틀림없이 인간의 목소리만큼 큰 감동을 주는 악기는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솔오페라(Sol'Oper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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