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에이스를 바라본다.
김학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노 골드’ 탈출을 약속하며 결전의 땅으로 향했다. 2012 런던을 시작으로 2020 도쿄까지 세 대회 연속 동메달 1개씩 수확하는 데 그쳤다. 칼을 갈았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을 필두로 여자 복식 이소희-백하나(세계랭킹 2위), 김소영-공희용(10위) 그리고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 나서는 서승재 등이 새로운 황금세대를 구성했기에, 자신감의 근거는 충분했다.
비보가 들려왔다. 1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일제히 열린 여자 복식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든 것. 먼저 8강전을 치른 ‘킹콩듀오’ 김소영-공희용이 랭킹 12위 펄리 탄-티나 무랄리타란 조(말레이시아)에 0-2로 완패했다.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 이소희-백하나 조가 마찬가지로 8강에 나섰지만 랭킹 3위 류성수-탄닝 조(중국)에 무기력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특히 이소희-백하나 조는 2020 도쿄 여자복식 동메달, 지난해 전영오픈 금메달 등을 빚으며 기대치가 매우 높았다. 류성수-탄닝 조에 상대 전적 4승1패로 앞선 것도 긍정적 전망의 근거였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패였다. 이로써 한국 배드민턴 여자복식은 2012 런던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는 불명예를 뒤집어 썼다.

남은 희망은 이제 단 한 명, 안세영이다. 한국 여자단식 역사에 새 장을 펼치고 있는 안세영은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다.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을 제패했고, 이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접수하면서 그랜드슬램에 바짝 다가섰다. 이번 파리 올림픽이 중요한 퍼즐이다.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첫 시동을 건 지난달 28일, 랭킹 74위의 칼로야나 날반토바(불가리아)를 2-0으로 잡았다. 이어 1일 만난 53위 치쉐페이(프랑스)도 문제없이 2-0으로 정리해 2연승으로 조별 예선을 뚫었다.
1번 시드를 받았던 그는 16강 부전승 혜택을 업고 8강에 미리 자리를 잡았다. 일본 대표 스타 야마구치 아카네를 비롯해 대표팀 동료 김가은 등과의 승부를 넘어서고 결승 진출을 노린다. 결승 상대로는 중국 최강자 천위페이가 유력하다.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항저우 AG 이후 찾아온 무릎 부상이 올해 초부터 변수로 거론됐지만, 재활과 회복에 집중해 정상 컨디션을 되찾은 상태다. 조별 예선을 마친 그는 “(부상) 생각도 안 날 정도로 괜찮아졌다. (테이핑은) 예방 차원에서 하는 거니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핵심은 정신력이다. 제아무리 안세영이라도, 한 번 지면 탈락이다. 랭킹이 높다고 해서 부활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안세영도 “지면 끝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숨도 막힌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앞만 보고 달린다. 그는 “생각을 바꾸고 여유롭게 하려 하니 좋은 경기력이 나오고 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면 어느 순간 꿈꾸던 무대에 올라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금메달을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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