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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폐과 직면' 명지대 바둑학과…“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입력 : 2024-07-21 13:34:51 수정 : 2024-07-21 13: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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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스포츠부장

“사람은 게으름을 피우지 말아야 하고, 배움에 힘써야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공자가 아들 백어에게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친 내용이다. 흔히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말한다. 농사를 짓는 데는 1년의 계획이, 나무를 심는 데는 10년의 계획이 필요하며 사람을 키우는 데는 100년의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 ‘우리나라 말과 글을 배우자’는 문맹퇴치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1945년 광복 직후,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한글을 제대로 못 읽는 비참한 상황이었다.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이 78%에 달했다. 하지만 1950년대 문맹퇴치 운동과 초등교육 의무화가 시작되면서 2008년 문맹률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교육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사회의 미래를 가름하는 바로미터이자 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국내 바둑계를 보면, 씁쓸한 마음을 갖게 한다. ‘흑·백의 마술’로도 널리 알려진 바둑학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어서다. 

 

교육업계에 따르면 명지대학교는 예술체육대학 소속 바둑학과를 폐과하기로 결정했다. 2025학년도부터 바둑학과 신입생을 받지 않는 내용의 학칙을 지난 4월 개정했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대입 시행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바둑학과는 오는 2025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명지대 바둑학과는 1997년 세계 최초로 창립돼 큰 주목을 받았다. 해마다 3대 1 이상의 입시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프로기사는 물론 바둑 강사와 관련 종사자들을 배출하며 바둑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명지대 측은 경영 부담과 더불어 바둑을 두는 젊은 층의 감소, 통합 명지대의 특성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을 폐과 이유로 들었다.

 

바둑은 1980~1990년대만 하더라도 인기스포츠로 통했다. 1989년 조훈현 9단이 세계대회인 제1회 응창기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는 카퍼레이드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등장한 온라인 게임이 바둑 인기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최근 발표된 ‘바둑 국민인식 및 이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바둑을 둘 줄 아는’ 국내 바둑 인구는 전 국민의 20%인 약 883만명으로 나타났다. 

 

바둑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바둑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스포츠다. 그러다 보니 속도감을 추구하는 젊은 MZ세대의 감성과는 거리가 있다. 

 

문제는 당장 내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으면, 바둑학과를 목표로 준비했던 학생들이 갈 곳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도 명지대 바둑학과로 유학을 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 바둑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바둑학과가 사라진다면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명지대 바둑학과가 존재했기 때문에 2013년 전라남도 교육청에서 주암 종합고등학교를 학과 개편해 바둑과를 전공하는 한국바둑고등학교로 개교, 현재는 특수목적고로 지정됐다. 2018년에는 바둑특성화 중학교인 한국바둑중학교를 신설하게 됐다.

 

학교 측의 이 같은 결정에 재학생들과 교수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신진서 9단 등 국내 프로기사들은 물론, 중국의 커제 9단 등 외국의 기사들까지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교수와 재학생들은 폐과 결정을 정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와 학과 재학생, 한국바둑고 재학생 등 69명이 명지학원과 대교협을 상대로 낸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가처분 신청 항고도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기각됐다.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바둑은 4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고전 게임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 발전해왔다. 그 속에는 동양의 지혜가 녹아 있고,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30여년 동안 바둑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바둑계로서도 바둑학과의 존재는 매우 소중하다.

 

바둑학과의 위기를 넘기 위해선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바둑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과 과감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바둑계도 바둑을 좀 더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계가 자연을 하나하나 증명해가면서 새 영역을 확장해 나갔듯이, 바둑계도 시대적 흐름에 맞게 바둑의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는 법. 바둑계가 위기의 파고를 잘 견뎌내고 한층 더 성장하길 기원해 본다. 

 

김민지 기자 minji@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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