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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뉴진스에 ‘왜색’ 묻히려 하나

입력 : 2024-07-17 14:46:29 수정 : 2024-07-17 16: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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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가 여러분의 대한민국 방문을 환영합니다!". ‘2024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로 선정된 뉴진스. 인천국제공항에 뉴진스 멤버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영문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짜 한국의 일상여행 댓글 이벤트’를 열었다가 급작스럽게 행사를 닫았다. 다름 아닌 이벤트 상품으로 내건 ‘뉴진스 굿즈’의 여파다.

 

당시 이벤트 상품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선택한 사은품은 ‘뉴진스 드로우스트링 백’. 최근 한국관광 명예 홍보대사로 발탁된 뉴진스가 일본 현대미술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한 앨범 ‘라이트 나우(Right Now)’에 포함된 굿즈다.

 

일각에서는 한국을 홍보하는 대표기관인 한국관광공사가 ‘일본 굿즈’를 한국 홍보 이벤트 상품으로 나가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심지어 공사에는 악성 민원이 쏟아졌다. 한 보도에 따르면 민원은 디시인사이드 특정 갤러리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양상을 보였다고. 현재 해당 이벤트 페이지는 내려갔고, 공사도 대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어도어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어도어 관계자는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에 “공사와 사전 협의됐거나 기획을 전달받은 사안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취재 결과 공사 측도 해당 이벤트를 재개하면서 한국적 색깔이 강한 상품으로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 뉴진스에게 엄격, 근엄, 진지… 의도된 왜색 묻히기? 누가?

 

이번 일 외에도 의도적으로 뉴진스에게 ‘왜색’ 이미지를 묻히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듯하다. 국내서 특정 대상에 부정적 기류를 만들고 화력을 높이는 데에는 ‘일본’ 키워드가 치트키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번 사안도 마치 뉴진스가 ‘한국관광 명예 홍보대사로 나섰으면서 정작 ‘일본스러운 굿즈’를 해외 팬에게 선물하다니’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느낌이다. 공사 측도 좋은 의도로 연 이벤트지만, 생각이 짧아 양 측에 이미지 악화를 불러일으킬 ‘거리’를 만든 셈이 됐다.

 

하지만 ‘일본 아티스트’는 거들 뿐, 주체는 ‘케이팝 스타’ 뉴진스 그 자체다. 애초에 해당 드로우스트링 백은 케이팝 스타 뉴진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뉴진스 덕후, 또는 버니즈임을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공사도 뉴진스를 케이팝 가수로 알고 있는 해외 팬에게 그들의 앨범 굿즈를 선물한 것이지 ‘일본 아티스트의 작품입니다’ 하고 내건 것은 아니다. 콜라보는 콜라보일 뿐, 주체는 ‘뉴진스’다. 

한국관광공사가 당초 이벤트 굿즈로 제공하려던 드로우 스트링 백을 메고 있는 여성. 사진=정희원 기자

‘문제의 드로우 스트링 백’은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가방과는 살짝 결이 다르다. 세계 어디서 메고 있어도 아는 사람들은 ‘어? 케이팝가수 뉴진스가 그려진 가방이다’라고 알아본다. 누구와 협업했는지보다 뉴진스가 그려진 가방이라는 게 더 먼저 떠오른다는 것.

 

실제 이를 메고 케이팝 팬임을 인증하는 해외 팬들이 상당수다. 이를 무조건 ‘왜색 짙은 일본 상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벤트를 열고 굿즈를 선물할 때에는 보통 해당 시점에서 가장 최신의, 수요가 높은 제품을 고르는 편”이라며 “적어도 한국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공사면 상품 고를 때 좀 더 예민하게 진행했어야 했는 아쉬움은 있다. 다만 공사 측은 나름대로 가장 최신의 무언가를 준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유추했다.

뉴진스의 팬덤은 앨범에 포함된 가방을 착용하며 자신이 버니즈인 것을 드러낸다. 사진=정희원 기자

◆콜라보한 아티스트도 우익? 오히려 ‘친한’

 

한편 민원인들은 뉴진스와 협업한 무라카미 다카시가 ‘일본 우익’이라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주로 팝 아트와 오타쿠 문화를 결합한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다. 다카시가 우익의 대표 상징으로 여겨지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공개적인 혐한 발언을 했다는 것을 입증할 근거는 없다. 더욱이 무라카미 다카시와 콜라보한 수많은 브랜드를 우익이라고 지탄해온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는 루이비통도 포함돼 있다.

 

오히려 무라카미 다카시는 뉴진스 팬임을 자처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자주 기획전을 연다. 지난해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작가가 지난해 직접 무라카미 다카시에 편지를 보내 초대를 하기도 했다.

 

당시 ‘이우환과 친구들’ 4번째 전시로 부산에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전>이 열렸다. 다카시는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의 초대를 받고 무척 기쁘고 영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징어게임, 사랑의 불시착 등을 보고 살뜰하게 감상도 남긴다. 블랙핑크와도 협업했다.

 

케이팝 스타들도 무라카미 다카시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왔다. 빅뱅 지드래곤, BTS의 RM은 무라카미 다카시의 공공연한 팬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유독 뉴진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느낌이다.

드로우 스트링 백을 메고 굿즈로 팬심을 드러내는 사람들. 사진=정희원 기자

◆뉴진스 앨범의 ‘J팝’ 분류 건에 대하여

 

뉴진스는 유독 ‘일본’ 카테고리와 엮인다. 최근 일본에서 ‘슈퍼내추럴’을 발매하면서 앨범을 ‘J팝(제이팝)’ 카테고리에 분류한 것으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BTS(FACE YOURSELF), 블랙핑크(BLACKPINK IN YOUR AREA), 세븐틴(WE MAKE YOU) 등은 물론 본격적으로 일본 현지화 전략을 택한 S.E.S부터 보아 등 과거의 대 선배들도 일본어로 녹음한 현지 발표곡은 J팝으로 분류해왔다. 뉴진스만의 이슈가 아닌데 마치 뉴진스만의 일처럼 몰아져갔다.

 

업계 관계자는 “이럴 경우 그들의 음악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카테고리 자체에서는 J팝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여전히 케이팝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반대로 J팝 가수가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면 멜론, 지니 등 토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가요(K팝)’ 카테고리에 등록하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뉴진스가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니, 해린, 유인촌 문체부 장관, 다니엘, 민지. 사진=정희원 기자

대중문화는 국가 간 자존심 전쟁이 아니다. 이윤창출을 위한 비즈니스다. 현대차를 도요타 간판 달고 있는 딜러가 판매하면 일본차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더욱이 뉴진스는 이미 케이팝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가수다. 한국에 들어온 순간, 공항에서 짐을 찾을 때부터 뉴진스가 환영해준다. 이미 말하지 않아도 케이팝 스타다. 정부도 ‘뉴진스 효과’로 젊은 해외 관광객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정희원‧전경우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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