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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번째 방문…영감 주는 서울서 전시회 열고 싶어"

입력 : 2024-06-23 19:10:24 수정 : 2024-06-23 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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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에 빠진 프랑스 화가 루시 귀요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실제로 풍경 보고 싶어 첫 방문
영상뿐 아니라 문학에도 관심 ↑

유전병으로 전동휠체어 타고 이동
다누림관광서비스 렌탈 품목 다양
무료 운영·수거로 편리하게 이용

"서울이란 도시·바이브에 매료
여기에서 나의 삶과 내 자신을
프랑스 있을 때보다 더 사랑해"

“서울은 관광약자에게 굉장히 친절한 도시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고는 벌써 3번째 방문이네요. 서울은 언제나 제게 영감을 주는데요. 언젠가 이곳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습니다.”

최근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다누림센터에서 프랑스의 젊은 아티스트인 루시 귀요(Lucie Guyot·29)를 만났다.

루시 귀요가 여의도공원에서 자신의 작품과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귀요의 서울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처음에는 K-컬처의 매력에 빠져 한국 여행을 결심했다.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에서 본 풍경을 실제로 보고 싶어 서울로 향했다”며 웃었다. 예술가인 그는 영상뿐 아니라 한국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위저드 베이커리’라고.

이번에 서울을 찾은 것은 평택에서의 개인전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귀요는 지난 3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평택의 한 카페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귀요는 “다양한 갤러리, 전시를 운영하는 카페 등에 포트폴리오를 보냈는데 이번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회신이 와서 전시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10개의 회화작품과 굿즈 등을 선보였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가진 유전병으로 전동 휠체어를 통해 이동하고 생활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해외여행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물품, 의료 장비 등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귀요는 이같은 고민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게 된 ‘서울 다누림관광 서비스’가 해소해줬다고 말했다. 서울 다누림관광 서비스는 서울관광재단이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및 동반자뿐 아니라 모두가 편리하게 관광할 수 있는 관광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운영하는 서비스다.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한 서울다누림 미니밴과 버스를 운영해 이동 편의를 제공한다. 이뿐 아니라 수전동 휠체어부터 이동형 리프트 등에 이르까지 다양한 여행용 보조기기 대여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루시 귀요가 그린 서울남산타워.

귀요는 “서울 다누림관광 서비스의 장점은 렌탈 품목이 다양하고, 한 센터에서 여행에 필요한 모든 품목을 한 번에 빌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각각 다른 주체에서 알아봐야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비용도 든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휠체어에서 침대로 옮겨지는 리프트 같은 것도 센터에 구비해놓고 있더라. 장비들을 빌리는 방법도 간단했고, 심지어 무료로 운영해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다누림 센터에서 빌린 가장 유용했던 물품으로는 ‘이동식 경사로’와 ‘샤워용 휠체어’를 꼽았다. 귀요는 “다른 나라에서는 본 적 없는 물품들이었다”며 “게다가 물품을 호텔까지 배달해주고, 작동법도 알려주며, 수거까지 해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매력을 다시금 깨닫는다고 말한다. 귀요는 “서울은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공원이 많고, 자연 풍경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다”며 “특히 예술에 대한 접근 방식이 프랑스와 다른 점이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귀요는 대부분의 카페, 레스토랑, 쇼핑센터 서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전시회가 열리는 게 인상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굳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접근 가능한 예술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렇다보니 서울에 오면 관광지보다는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 시청역이나 여의도 인근 등의 넓은 공원, 서울식물원, 코엑스나 롯데영플라자 같은 곳을 찾는다. 귀요는 “관광지도 좋지만 로컬에서 책을 읽고 쉬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장면에서 영감을 얻고 프랑스로 돌아가 감정과 기억을 끌어올려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는 “자연을 통해 평화를 가져오고 싶다. 가령 구름처럼 평화롭고 다정한 무언가를 그리는 게 좋다”며 “모네의 작품을 좋아하고,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찍은 뒤 프랑스에서 오일 파스텔로 작업한다. 서울에서 바라본 남산도 캔버스에 옮겼다.

이번 평택 전시에서 선보인 엽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한국 음식’에 대해서는 “베지테리언이라서 다소 이야기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김치, 국 등에도 젓갈이 들어 있다보니 메뉴 선택에 제한이 있어서다. 다만 비건 케이크, 팥빵, 김은 맛있게 먹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커피도 정말 많이 마셨는데 엔젤리너스 커피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귀요는 현재 가족 중 유일하게 아시아 국가를 경험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유럽인들은 유럽이나 미국 안에서만 여행을 많이 하는 분위기”며 “하지만 이들이 눈을 돌려 서울에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아름답고 친절한 나라”라며 “음식을 많이 먹어보지 않았지만, 다들 맛있다고 해서 믿기로 했다(웃음)”고 덧붙였다.

관광약자에게도 서울은 매력적인 여행지라고 강조했다. 귀요는 “각자 상황이나 장애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동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매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며 “관광 약자도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관련 기반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휠체어를 사용하는 경우 자전거도로로 가면 이동이 매우 쉽다. 평평하고 매끈한 소재라서 좋다”며 “다만 전통시장에서 쇼핑하기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휠체어를 이용하다보니 쉽지 않아 아쉽다. 다행히 사고 싶은 물건은 쇼핑몰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괜찮다”고 덧붙였다.

“서울에는 아름다운 단풍이 있고, 비내리는 풍경이 서정적이고, 귀여운 캐릭터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번 서울을 찾는 것은 이뿐 아닐아 이곳에서 무언가 성취할 것이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와 바이브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이 느낌을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서울에서의 저의 삶과 저 자신을 프랑스에 있을 때보다 더 사랑합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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