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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피하러 동굴 속으로…포근한 겨울 야행 떠나자

입력 : 2024-01-14 19:48:45 수정 : 2024-01-15 19: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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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동굴 여행지 5선

제주 만장굴
세계자연유산 지정 용암동굴

동해 황금박쥐동굴
용굴부터 '샘실신당' '저승굴' 등

정선 화암동굴
옛 광산의 역사 깃든 천연동굴

충주 활옥동굴
국내 유일 백옥·활석 채광 광산

DMZ 남침용 땅굴
'제1 땅굴' 외 3곳 관광지 변신

춥지 않고 따뜻하면서, 자연까지 만날 수 있는 겨울 여행지는? 바로 ‘동굴’이다. 동굴은 믿음직한 겨울 여행지로 공간 자체가 춥지 않고 포근하다.

대부분의 동굴은 사시사철 15~18도를 유지한다. 바깥 세상에서 눈보라가 몰아쳐도 아무 걱정이 없다.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의 시간은 끝없는 밤 같다. 아침에 가도, 낮에 가도 동굴 탐험은 여행이 아닌 야행(夜行)이 된다.

국내의 동굴은 ▲천연적으로 생성된 동굴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동굴(광산) ▲광물 채굴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만든 특별한 동굴 등이다.

천연동굴 중 가장 흔한 게 석회암 지반이 지하수에 녹아 생성되는 석회암 동굴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종유석, 석순 등을 볼 수 있다. 풍화작용, 파도 같은 물리력에 깎여 생기거나, 화산 활동으로 동굴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광산의 경우 주변에 도시가 있기 마련이라 접근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특별한 목적으로 만든 동굴로는 북한이 남침을 위해 뚫은 ‘땅굴’이나 옛 철도 노선에 버려진 터널, 와인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와인동굴 등을 꼽을 수 있다.

겨울철 동굴 여행을 떠나볼 만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세계자연유산의 위엄 ‘제주 만장굴’

만장굴을 둘러보는 관광객들. 정희원 기자·한국관광공사 제공

제주시 구좌읍의 ‘만장굴’은 전체길이 약 7400m, 최대 높이 25m, 최대 폭 18m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한 부분인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 속하는 용암동굴로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동굴이다.

전 세계에는 많은 용암동굴이 분포하지만 만장굴처럼 수십만 년 전에 형성된 동굴이 내부의 형태와 지형이 잘 보존된 경우는 드물다.

만장굴은 동굴 중간 부분의 천장이 함몰돼 3개의 입구가 형성돼 있다. 현재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입구는 제2입구다. 1km만 탐방할 수 있다. 만장굴 내에는 용암종류, 용암석순, 용암유석, 용암유선, 용암선반, 용암표석 등 다양한 용암동굴생성물이 발달했다. 특히 개방구간 끝에서 볼 수 있는 약 7.6m 높이의 용암석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물이 많이 떨어지는 날에 우의를 착용하고 관람하기도 한다. 동굴 안에서는 스마트폰이 잘 터지지 않아 비행기 모드로 바꾸는 게 배터리 절약에도 유리하다. 다만 최근 벌어진 낙석사고로 내년 7월까지 전면 폐쇄된다.

◆희귀 야생동물 자생하는 ‘동해 황금박쥐동굴’

황금박쥐동굴 내부. 정희원 기자·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도 동해시 천곡황금박쥐동굴은 1991년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처음 발견됐다. 일반에 공개된 것은 1996년. 총 길이 1510m이며, 깊이는 10m에 달한다. 생성 시기는 4억~5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810m가 관람 구간으로 개방된다.

본래 명칭은 ‘천곡천연동굴’인데, 최근 천곡황금박쥐동굴로 새로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황금박쥐(붉은박쥐)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박쥐는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적어 멸종 위기종 1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 야생동물이다.

동굴은 석회동굴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바닥에 솟은 석순과 천장에 매달린 대형 종유석, 석순과 종유석이 연결된 석주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흥미진진한 탐방을 이끈다. 동굴에 물이 차면서 굴곡을 형성한 천장 용식구는 국내 동굴 중 최대급 규모를 자랑한다. 용식구 가운데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한 용굴은 크기가 압권이다.

동굴 탐방의 하이라이트는 ‘샘실신당’이다. 천장을 떠받친 석주와 좌불상 등이 한자리에 모인 지형이다. 조명 시설도 새롭게 갖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탐방로 중 최근 개방된 저승굴은 어두침침해 오히려 실감 난다는 평이 많다.

◆금광이 관광지로 변신 ‘정선 화암동굴’

화암동굴의 내부에 미디어 아트가 더해졌다. 정희원 기자·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도 정선의 화암동굴은 과거 일제 강점기 금을 채광했던 천포광산이다. 채광하던 중 지하에 있던 석회동굴이 발견돼 지금은 테마형 동굴관광지로 변신했다.

화암동굴은 금광산과 석회석 천연동굴이 함께 있는 동굴로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557호로 지정됐다. 동굴 길이는 1803m다.

화암동굴 탐험은 ‘역사의 장’에서 시작한다. 상부갱도로 515m에 걸쳐 당시 천포광산의 채광과정과 생활공간을 재현해 마치 작은 박물관에 온 느낌이다. 이어지는 ‘대자연의 신비’ 구간은 1934년 금광갱도를 파다 발견한 천연 종유동굴이다. 약 2975㎡의 면적의 큰 광장이 눈길을 끈다. 높이 8m, 둘레 5m의 대형 석순과 28m 높이의 유석폭포 등이 대표적인 볼거리다.

그 사이로 자연이 만들어낸 부처상, 장군상, 성모마리아상 등이 자리한다. 관람을 마치는 데 약 1시간 30분 소요된다. 입구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한다. 주변에 금광촌을 조성한 천포금광촌도 같이 둘러볼 만하다.

◆국내 유일 백옥 광산 ‘충주 활옥동굴’

활옥동굴 내부. 정희원 기자·한국관광공사 제공

충주호 주변의 활옥동굴은 1900년 발견되고 일제강점기인 1922년 개발을 시작한 국내 유일의 백옥·활석·백운석 광산이다. 순도가 높은 활석은 화장품 원료와 베이비파우더로, 순도가 낮은 활석은 윤활제와 구두약, 세면도구 등 생활용품으로 쓰인다.

활옥동굴은 한때 8000여 명이 일할 정도로 잘나가는 광산이었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 활석이 수입되면서 폐광했다가 2019년 동굴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났다. 갱도 2.5km 구간에 각종 빛 조형물과 교육장, 공연장, 건강테라피존 등을 꾸며 놨다.

이 동굴은 길이가 57km(비공식 87km)에 달한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경기도 광명시의 광명동굴보다 큰 규모라고. 활옥동굴 여행의 백미는 암반수가 고여 생긴 호수에서 즐기는 카약 체험이다. 2~3인용 투명 카약을 타고 여유롭게 동굴을 둘러볼 수 있다.

◆북한이 판 ‘DMZ 남침용 땅굴’ 둘러볼까

전차도 다닐 수 있는 제2 땅굴 입구. 정희원 기자·한국관광공사 제공

현재까지 발견된 북한이 판 남침용 땅굴은 총 4개이다. 이 가운데 3개는 관광지로 변신했다.

유일하게 공개되지 않는 제1땅굴은 1974년 11월 5일. 대한민국 육군 제25보병사단 담당 구역인 연천군 고랑포에서 동북방 8km 지점 비무장지대 안에서 발견됐다. 이는 너비 90cm에 높이 1.2m에 불과해 관광객이 드나들기 어려워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

제2땅굴은 강원도 철원에 있다. 1975년 3월 19일, 육군 제6보병사단 담당 구역에서 발견됐다. 이곳은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킬 수 있는 광장까지 갖췄고, 남쪽 출구는 세 갈래로 나뉘어 1시간에 1만명의 무장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다. 심지어 전차까지 통과할 수 있는 규모라고. 너비와 높이 2m, 길이 3.5km, 깊은 곳은 지하 50~160m에 달한다. 제2땅굴은 철원군 안보관광코스와 인접해 있어 함께 보기 좋다.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땅굴은 파주시의 제3땅굴이다. 임진강, 판문점 등과 연계 코스로 둘러보게 된다. 1990년에는 양구에서 제4땅굴이 발견됐다. 지하 145m 깊이에 폭 2m, 전체 길이가 2052m나 뻗어 있으며 군사분계선에서 무려 1502m나 남쪽에서 발견됐다. 제4땅굴도 일반인 관람이 가능하지만 2땅굴, 3땅굴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고요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4땅굴로 향하자.

한편, 관광지로 개방된 곳은 종유석 같은 자연 생성물을 훼손에 주의해야 한다. 일단 파괴되면 자연적 복구까지 수 만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을 명심하자. 깊은 동굴은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도 많다. 개방됐지만 인적이 뜸한 동굴이라면 일행을 만들어 동행하는 게 권고된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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