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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K팝 위상에 걸맞는 전용 공연장 늘려야

입력 : 2023-12-06 19:29:52 수정 : 2023-12-06 19: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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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음식과 같다. 내용만큼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도 중요하다. 연일 빌보드를 맹폭하고 있는 K팝의 본산에 번듯한 전용 공연장이 없다는 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막는 치명적 불안 요소다. K팝은 음악만큼 퍼포먼스가 중요한 장르다. 하드웨어 수준이 콘텐츠의 품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대규모 공연장은 KSPO DOME(구 올림픽체조경기장)과 고척 스카이돔(야구장) 등 체육시설을 임시로 사용하는 형태다. 이는 프로스포츠 종목 시즌과 겹치는 기간에는 사용이 어렵고 각종 조명·음향 설계의 어려움과 무대와의 거리 등 한계가 분명했다.

K팝 아티스트들이 월드투어를 떠나는 이유를 보면 해외 팬들과 직접 만난다는 목적도 있지만 제대로 된 공연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무시하지 못한다. 반대로 해외 팝 스타들은 대형 공연장이 없다는 이유로 아시아 투어에서 우리나라를 건너 뛰고 중국이나 일본으로 향한다. 톱 클래스 뮤지션 콘서트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수 만명이 들어가는 공연장이 필수다.

최근 개관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공연장 부재에 시달리는 K팝 관계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존재다. 총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 정상급 아티스트의 공연을 훌륭히 소화할 수 있다. 쉽게 변형 가능한 무대 및 객석 구조는 시상식, e-스포츠대회, 스포츠 경기, 대형 전시 박람회와 쇼 등 다양한 이벤트를 주최할 수 있다. 또 어느 곳에서나 최적의 무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객석 구조와 장시간 관람에도 편안한 좌석을 갖췄다.

지난주 ‘멜론뮤직어워드(MMA 2023)’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대한 평가는 일단 합격점이다. 이 곳에서는 오는 16~17일 ‘태민 솔로 콘서트: 메타모프’, 25일 공중파 TV 연말 특집 가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SBS 가요대전’, 30일 동방신기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하는 창동 서울아레나도 이달 14일 착공식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가 서울아레나의 설계, 시공, 준공 후 운영, 유지보수 등을 담당할 동명의 특수목적법인(SPC)에 출자하고 대표 출자자로서 사업에 참여했다. 음악 전문 공연장인 서울아레나는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인근에 들어서며 1만 8269석 규모다.

경기도 하남시에도 동그란 구 형태의 독특한 공연장 설립이 예정돼 있다. 라스베거스에 있는 더스피어를 본따 만들 계획으로 콘서트장 겸 스포츠경기장으로 외벽 LED스크린 등 최첨단 기술을 품고 있는 랜드마크 건축물이다.

가장 큰 규모로 계획 중인 곳은 경기도 고양시 CJ라이브시티 아레나다. 무려 2만 석의 실내 좌석과 4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야외 공간이 연계되는 형태다. 고양시 한류월드 부지에 자리 잡고 있어 인천공항과 서울을 연계한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CJ 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역량과 시너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CJ라이브시티는 전세계 1위 아레나 운영사인 AEG와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 전문성도 확보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암초에 걸렸다. 코로나 팬데믹, 러-우 전쟁 등으로 인한 건설경기 악재가 심화되면서 2023년 4월 아레나 조성 공사를 일시 중지했고 각종 인허가 과정도 지체되고 있다. CJ라이브시티는 사업 재개를 위해 국토교통부 ‘PF 조정위원회’에 사업협약 조정을 신청하고, 경기도에 완공 기한 연장 등의 협조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아레나 시공에 특화된 건설사도 우리나라에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인스파이어 아레나, 서울아레나, CJ라이브시티 등 주요 아레나 프로젝트를 싹쓸이 했다. 지난 2014년 5만 석 규모의 세계 최대 돔 공연장 ‘필리핀 아레나’를 만들어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회사가 바로 한화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용산 하이브 사옥과 이웃해 있다. 회사 주변을 지나다 보면 해외에서 찾아온 K팝 팬들이 지도를 들고 서성거리는 풍경이 자주 눈에 띈다. 안타깝게도 하이브 사옥 내부에는 팬을 위한 시설이 없다. 그저 건물과 회사 로고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전부다. 이들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정처 없이 ‘K팝 성지 순례’를 떠난다. 뮤직비디오 촬영지, 어느 아티스트의 단골 가게 등이 목적지다. 일종의 성지순례를 위해 찾아온 귀한 손님들에게 가장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은 한국에서 즐기는 수준 높은 공연이다. 제대로 된 공연장 확충이 절실하다.

 

전경우 연예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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