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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으로 내려간 유방암 명의…세계로 뻗는 K-암치료 선뵌다

입력 : 2023-11-02 19:53:50 수정 : 2023-11-03 10: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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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선 포항세명기독병원 병원장

유방암 분야 세계 100대 명의
최초로 '유방보존수술' 집도
유방암 완치 목표로 활발 행보

'글로컬 병원'성장 가능성 보고
포항 지역으로 인생 2막 결심
부임 후 2년 유방암 환자 3% ↓

운영 중인 '유방갑상선암센터'
'여성암병원' 경험서 장점 강화
진단 후 1주일 내 수술·시술 등
원스톱 의료 서비스 제공 지향

좋은 병원 요건 '실력·친절·시설'
목표는 '경북 대표 암센터' 거듭
연간 내원환자 2만명·후학 양성

유방암 세계 100대 명의의 진료를 서울이 아닌 내가 사는 도시에서 기다림 없이 받을 수 있다면? 굳이 KTX를 타고, 버스를 타고 숙소까지 잡으면서 서울을 찾지 않을 것이다.

국내 최고 유방암 권위자는 인생 2막을 고향도, 오래 살아온 도시 서울도 아닌 ‘포항’에서 열기로 했다. 유방암 완치를 목표로 지금도 온 힘을 다하는 백남선 포항세명기독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 병원장.

1986년 ‘유방암=절제’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시절, 최초로 유방보존수술을 집도 여성암 발전에 크게 기여한 권위자다. 2006년에는 영국 케임브리지 영국국제인명협회로부터 유방암 분야 세계 100대 명의로 선정됐다. 25대 건국대학병원 병원장, 이대여성암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2일 여전히 현장에서 활발한 행보를 펼치는 백남선 병원장을 만났다.

◆세계적 유방암 명의, ‘포항’서 새로운 도전

백남선 병원장은 2021년 9월 ‘넥스트 스텝’으로 포항 세명기독병원 행을 택했다. 전북 익산 출신, 서울대 의대 입학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 서울에서 생활을 한 그다. 흔히 명의들이 은퇴를 고려하면 유명 병원에서 모시려고 한다. 백 병원장에게도 서울 지역 병원에서의 스카우트 제안이 끊이지 않았지만, 낯선 지역으로 내려갈 것을 택했다.

그에 따르면 ‘원내 우수한 치료 인프라’, ‘의료관광 발전 가능성’ 등이 포항 행을 결심하게 만든 매력 포인트였다. 포항 지역 자체가 그가 지향하는 ‘글로컬 병원’으로 성장하기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언제나 도전하는 백 병원장의 성향에도 딱 맞았다.

이미 심장 분야의 전문가인 한동선 세명기독병원장(의료법인 한성단 이사장)과 수부질환 권위자인 류인혁 병원장이 지역에서 병원 입지를 다져놓은 것도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제 암 치료만 하면 되겠다’ 싶었다.

◆부임 2년만에 포항지역 암수술 증가… 유방암 환자 유출률도↓

백 병원장이 2021년 포항 세명기독병원으로 부임하고 진료에 나선 지 2년째다. 결과는 벌써 고무적이다. 포항 시민뿐 아니라 인근 경주, 영천, 청송, 안동 등지에서도 그를 만나러 온다. 오히려 서울에서도 그를 찾아 거꾸로 포항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백남선 병원장이 다학제 진료를 위해 의료진들과 논의하고 있다.

실제 백 병원장 부임 전인 2019년 대비 2021년 암 환자 유출률을 비교한 결과, 특히 유방암 환자 감소폭이 가장 컸다. 병원 측이 포항시 유방암 환자 유출률 추이를 조사한 결과 2019년에는 70.5%였던 환자유출률이 2021년에는 67.9%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진료 2년을 맞은 현재는 더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포항시 유방암 입원환자 진료지역 시도별 추이도 분석했다. 세명기독병원의 유방암 수술건수는 2019년 9건에서 2021년 48건, 2022년 90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포항 지역 환자 관외 유출율 감소에 크게 기여한 셈이다.

◆명의의 ‘여성암병원’ 실전경험, 예견된 성장

사실 세명기독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의 성장은 예견된 것이었다. 백 병원장의 ‘실전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백남선 병원장은 “현재의 유방갑상선암센터는 서현숙 전 이화의료원장과 함께 만들어간 ‘여성암병원’에서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며 “여성암병원은 그야말로 대박이 난 성공사례다. 여성 전용 건진 및 건강증진센터, 여성암 환자 전용 ‘레이디 병동’ 등 은 모두 국내 최초였다. 이후 이대목동 병원 여성암병원장을 지내면서 겪어온 경험, 노하우로 좋은 점은 강화하고 아쉬운 점은 개선해 현재의 센터를 구현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가 지향하는 유방갑상선센터는 어떤 모습일까. 백남선 병원장은 “방문 당일 한 공간에서 진료와 검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원스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단 후 1주일 이내에 수술 또는 시술에 나서고, 다른 병원에서 암 의심 진단을 받은 경우 다급한 마음을 헤아려 되도록 접수 당일 확진 검사까지 끝내려 한다”고 설명했다.

원활한 센터 운영을 위해 의료환경 재정비는 물론 환자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치료 옵션을 택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모여 다학제 진료 시스템도 구축했다. 백 병원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료하고, 금요일 저녁 다시 전국의 관련 학회를 다닌다. 이를 원내 의사들과 다시 토론하고 연구하며 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구체화한다.

세명기독병원도 백남선 병원장의 활발한 진료를 위해 전폭 지원하고 있다. 방사선 치료기도 최신 기술로 무장했다. 환자의 편의 향상과 치료의 정확도·성적을 높여 꿈의 암 치료기 중 하나인 ‘트루빔’도 도입했다. 백 병원장에 따르면 33번 방사선치료 하던 것을 20번으로 줄일 수 있다고. 종양 치료 정확성을 높이고 유방암 수술 후 흔한 부작용인 ‘상지 림프부종’ 발현도 최소화하는 네비게이터도 들였다.

여성암 1위인 유방암을 앓는 지역 환자들이 꼭 서울이 아닌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고품격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의지다.

◆포항시민 넘어 외국인 환자에게 ‘K-암치료’ 선보일 것

그는 이같은 의료서비스를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백남선 병원장의 목표는 세명기독병원에 국제진료소를 열고 ‘글로컬(글로벌+로컬) 병원’으로 거듭나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다.

현재 백 병원장을 찾는 외국인 환자는 한달에 5명 정도. 미국, 영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 다양하다. 의료관광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고 셀프로 그를 검색해서 찾아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런 분위기를 확장해 의료관광으로 이어가도록 하려는 게 목표다.

백남선 병원장이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포항 세명기독병원 제공

실제 그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도 자유롭게 구사한다. 외국인 환자와 친근하게 진료하기 위해서 언어 공부도 소홀하지 않는다.

글로컬 병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가 학술활동이다. 포스텍과 MOU를 체결하고 유방암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광초음파 활용 기기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한동선 이사장 역시 산학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 더 많은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좋은 병원 요건은 실력-친절-시설 순… “병원은 호스피탈리티”

단, 백남선 병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인술을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좋은 의료 시스템과 술기가 있어도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

에너지가 넘치는 백남선 병원장의 사전에 3분 진료는 없다. 환자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언제나 친절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열정의 원천을 물었더니 “환자는 누구보다 가장 약한 상황에 놓였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백 병원장은 “암환자는 사실 죽음까지 생각하고 진료실을 찾는다. 등이라도 두드려주려 한다. 초기라면 ‘완치시켜줄테니, 걱정 말아요’ 힘을 북돋아주고, 예상보다 진단 결과가 좋지 않다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신뢰를 주려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백남선 병원장에게 좋은 병원의 요건을 물었다. 1번은 실력이고, 2번은 친절, 3번이 시설이다. 그는 병원을 의미하는 영어 ‘hospital’은 호의를 베푼다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에서 비롯된 단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계 최고의 병원 중 하나인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미국인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실력있고 친절한 병원이다. 1864년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 허허벌판 옥수수밭 한가운데에 병원이 생겼다. 실력도 최고인데 마음까지 써준다. 인구가 20만도 되지 않는 로체스터 주민 절반 이상이 메이요클리닉 관계자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환자들이 더 모이기 시작한다. 국제 공항이 만들어졌다. 좋은 병원이 만들어낸 경제효과다.

백남선 병원장은 ‘최고의 분야’를 가진 지역 병원이 이처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그는 포항의 지역적 인프라, 편리한 교통, 관광 요소는 긍정적 성장 발판이 될 것이라고 본다.

우선 경북, 국내 시장에서 유방암 분야의 거성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첫번째 목표는 연간 내원환자 2만명 ‘경북 대표 암센터’로 거듭나는 것. 세명기독병원이 지속적으로 유방암 치료에 특화되도록 후학 양성에도 나선다.

백 병원장은 “포항시와 함께 그림을 그려나간다면 시에도, 병원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세명기독병원이 지방의료기관의 성공사례로 떠오른다면 향후 우리의 성장을 보고 강소 병원들이 힘을 얻고, 결국 K-메디컬이 더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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