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집에도 걱정거리가 있다.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겨냥하는 프로야구 LG는 원대한 목표에 걸맞게 전반기를 순항한다. 지난 21일 SSG와 함께 40승 고지를 밟으면서 꾸준하게 순위표 위를 지킨다. SSG와 엎치락뒤치락 1위를 주고받는 기싸움이 한창이다.
상위권 질주의 일등공신, 팀 타율 1위(0.283)에 빛나는 날카로운 창이 돋보인다. 다만 마운드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특히 선발진이 문제다. 강팀의 필수조건인 굳건한 로테이션과는 거리가 멀다. 아담 플럿코, 임찬규가 상수로 버티지만 나머지 투수들은 매 경기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걱정을 덜어줄 기대주가 있었다. 지난 12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좌완 투수 이상영(23)이었다. 2019년 2차 1라운드 5순위로 상위 지명을 받은 그는 상무에 입대해 기량 발전을 일궜다. 지난해 퓨처스 22경기서 10승3패, 평균자책점 3.31을 찍었다. 올해도 9경기 8승1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좋은 수치를 남겼다.
LG가 그의 전역일을 손꼽아 계산한 이유다. 염경엽 감독도 그가 돌아오기 전부터 “항상 체크하고 있다. 모니터링 해본 결과 충분히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는 공을 던진다”며 “무조건 한 달은 꾸준히 기회를 줄 것”이라고 호언장담할 정도였다.
전역 이틀 만인 14일 잠실 삼성전 선발로 낙점됐다. 4이닝 2실점으로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볼넷 1개, 몸 맞는 공 2개로 흔들린 제구를 바로잡아야 했다. 하지만 두 번째 등판인 20일 창원 NC전에서는 단점만 남았다. 1⅓이닝 동안 11타자를 상대해 2피안타 4볼넷 3실점으로 무너졌다. 퓨처스 불패모드는 온데간데 없었다.
LG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21일 이상영을 1군 엔트리에서 지웠다. 한 달간 기회를 주겠다던 염 감독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꼴이었다. 이상영의 경기력이 그만큼 처참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제구는 물론 구속과 구위 모두 합격점을 받을 수 없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김윤식, 이민호 등 지난해 기대를 모은 자원들은 여전히 헤매는 중이다. 강효종, 이지강 등 새로운 시도들도 성과는 없었다. 사령탑은 불펜 자원이던 이정용을 선발로 바꾸는 변칙수를 꺼내 다시 도전에 나선다. 매 순간 승부수가 필요할 정도로 쉽게 계산이 서지 않는 LG의 선발진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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