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데뷔로부터 12년을 넘어선 걸그룹 티아라가 지난 15일 싱글 1집 ‘Re: T-ARA’를 발표했다. 마지막 활동이었던 미니앨범 13집 ‘What's My Name’으로부터 무려 4년5개월만의 컴백이다. 당시까지 잔류해있던 4명 멤버 큐리, 효민, 은정, 지연이 모두 돌아왔고, 그룹 소속사가 따로 없어 음반제작비 등 컴백 비용은 멤버들이 사비로 마련했단 후문.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컴백이 이뤄지자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가 나왔다.
더블 타이틀곡 ‘All Kill’과 ‘Tiki Taka’는 각각 멜론 실시간차트 33위와 49위까지 올랐고, 그중 ‘All Kill’은 멜론 톱100 차트 74위까지 기록했다. 피지컬 음반 쪽도 주목할 만하다. 25일자로 집계가 끝난 초동에서 3만8300여장을 기록, 기존 티아라 기록이었던 ‘What's My Name’ 1만9200여장의 더블 스코어가 나왔다. 현재 활동 중인 3, 4세대 걸그룹 중에도 이 정도 성적을 보이는 팀은 많지 않다. 그야말로 극적인 컴백 성공이다.
여기서 티아라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현재 대중이 기억하는 티아라 정보는 대개 한 가지 에피소드로 압축된다. 인기 최정상을 달리다 2012년 ‘티아라 화영 트위터 사건’으로 대중의 외면을 받고 나락으로 떨어진 팀. 그보다 더 아는 이들은 이후 국내 가능성이 사라지자 중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단 점까지 기억할 테고, 좀 더 관심이 있었다면 사건으로부터 5년이 지난 2017년에 당시 실제 정황을 기억하는 스태프들 증언이 쏟아져 멤버들이 일정부분 오명을 벗고 이미지를 회복했단 점까지 알고 있을 듯싶다. 그렇게 티아라는 2017년 활동곡 ‘내 이름은’으로 무려 5년 만에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고, 이후 남은 4명 멤버들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소속사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 4년 뒤 ‘소속사 없는 컴백’ 순서다.
여러모로 참 파란만장한 팀이다. K팝 사상 이 정도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여준 팀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 이 흐름을 좀 더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티아라 롤러코스터는 2010년대 초중반까지 이어진 ‘대중형 걸그룹’ 본질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알려주는 극명한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좀 더 파악하기 위해선 대중이 기억하는 티아라 상승과 하락에 대한 정보부터 일정부분 수정해볼 필요가 있다.
단적으로 말해, 티아라는 음악활동 측면에서 ‘티아라 화영 트위터 사건’으로 바로 몰락에 이르렀던 게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몰락이 과연 있었는지조차 명확치 않다. 사건으로부터 한 달여 만에 나온 미니앨범 7집 ‘Mirage’와 타이틀곡 ‘Sexy Love’만 해도 그렇다. ‘Sexy Love’는 멜론 주간차트 6위까지 기록한 뒤 롱런해 멜론 연간차트 59위에 올랐다. 모든 걸 티아라 양대 히트곡 ‘Roly-Poly’ ‘Lovey-Dovey’와 비교하면 추락으로 보이겠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같은 2세대 최고 인기 걸그룹이었던 소녀시대도 2009년 ‘Gee’만한 히트곡은 다시 나온 적이 없다. ‘Sexy Love’는 엄밀히 사건 직전 나온 타이틀곡 ‘Day By Day’와 크게 다르지 않은 대중 반향을 이끌어냈다. ‘Day By Day’는 멜론 연간차트 27위를 기록했고, 피지컬 음반은 2012년 한 해 동안 4만900여장이 팔려나갔다. ‘Mirage’의 3만2100여장과 큰 차이는 없다. 그것도 사건 여파가 가장 거세던 시점에 말이다.
이후로도 마찬가지다. ‘티아라 화영 트위터 사건’으로 주류미디어 노출도가 급격히 떨어졌음에도 무려 7개월 만에, 그것도 유닛인 티아라 N4로 내놓은 ‘전원일기’ 역시 롱런해 멜론 연간차트 94위로 차트인했고, 다시 6개월 만에 완전체로 내놓은 미니앨범 8집 ‘Again’과 타이틀곡 ‘넘버나인’은 그보다 반응이 좋았다. 10월에 나와 연간차트엔 들지 못했지만 롱런 구도를 보여줬고, 무려 1년여 걸쳐 주류미디어 블로킹이 이뤄졌어도 2013년 3개월 동안만 2만4652장이 팔렸다. 여기서 최고 히트곡 ‘Roly-Poly’가 담긴 미니앨범 3집 ‘존트라볼타 워너비’ 2011년 판매량도 3만100여장 정도였음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티아라는 분명 ‘선방’하고 있었다. 주류미디어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랬다. 문제는, 티아라는 ‘그런 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팀이 아니었단 점이다. 티아라는 당시 ‘대중형 걸그룹’ 수익모델 표본과도 같았다. 엄밀한 음악활동인 음원과 음반은 일종의 프로모션에 불과하고, 그 기반으로 행사와 CF를 통해 실질 수익을 올리는 모델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음원과 음반이 선방해도 티아라 대외적 이미지 자체가 회복되지 못하면 그 기반으로 성립되는 행사와 CF 수주도 회복되기 힘들었다. 그래서 티아라는 국내 가능성을 잃고 2014년 중국기획사 롱전과 계약해 중국시장으로 옮겨간 셈이다.
다른 식으로 보면 이렇다. ‘티아라 화영 트위터 사건’은 실질 음악소비자 입장에서 ‘찻잔 속 태풍’에 가까웠다. 팬덤은 거의 흔들리지 않았고, 일반 리스너들도 굳이 보이콧하려는 분위기는 없었다. 그저 동료들끼리 업무 트러블이 감정싸움으로 번진 정도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단 뜻이다. 문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반응이었다. 실질 음악소비자로 보기 힘든 이들까지 어마어마한 숫자로 이슈에 동참해 폭격이 이뤄지다보니 인터넷 화제에 치중하는 각종 연예언론 단골소재가 됐고, 곧 인터넷 배싱에 민감한 주류미디어에서도 그에 떠밀려 블로킹에 접어들 수밖에 없었던 순서. 결국 주류미디어가 포기해버린 게 ‘대중형 걸그룹’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었단 얘기다. 더군다나 멤버 효민이 2011년 설날연휴에만 11개 방송에 출연했을 정도 ‘대중형 걸그룹’ 극치라 불렸던 티아라에겐 더더욱 그랬다.
물론 지금은 당시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대중형 걸그룹’ 시대는 대략 2016년을 끝으로 종결되고, 2018년 즈음부턴 ‘팬덤형 걸그룹’ 시대가 열렸다. ‘대중’이 아닌 ‘실질 소비자’ 시대로 옮겨간 셈이다. 맞춤형 팬점 전략으로 인기 걸그룹 피지컬음반 초동은 20~30만 장대 이상으로 치솟고, 그 외 각종 굿즈나 온라인 콘서트 등 수익도 어마어마해졌다. 굳이 주류미디어에 나와 어떻게든 대중성을 확보해 행사와 CF 수주에 ‘올인’하지 않아도 될 모델이 자리 잡고 있다. 유튜브 등 SNS 기반 자체콘텐츠로도 얼마든지 팬덤 유입이 가능하기도 하다. 그런 만큼 각종 스캔들과 배싱에도 이전만큼 흔들리질 않고,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효과로 팬덤이 확장되는 모습까지 연출된다. 2018년 데뷔한 걸그룹 아이즈원 등 예가 많다.
다시 티아라로 돌아가 보자. 세상이 변했어도 어찌됐건 티아라는 여전히 ‘대중형 걸그룹’ 시절 팀이고, 정확히 ‘대중형 걸그룹’다운 루트로 이번 컴백 성공까지 이뤄졌다. 2017년 ‘전세 역전(?)’ 이후 스브스뉴스 유튜브채널 ‘문명특급’에서 2019~2020년 걸친 대대적 푸쉬를 통해 극적으로 대중적 이미지가 회복됐다. 이어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도 완전체로 출연해 좋은 시청률을 보여주며 사실상 방송과 한 몸이라 할 수 있는 ‘대중형 걸그룹’ 위력을 새삼 일깨웠다. 거기서부터 이번 컴백 물꼬도 트인 셈이다. 그리고 컴백 즉시, ‘대중형 걸그룹’답게, 일반 리스너들 관심을 모아 멜론 톱100 차트까지 진입했다.
언급했듯, 지금처럼 ‘달라진 시대’에 티아라 같은 커리어 롤러코스터 사례가 또 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 그럴 가능성 자체는 매우 낮아졌다고 봐야한다. 그런 만큼 티아라 롤러코스터란 참 특이한 사례, 어쩌면 마지막 사례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대중형 걸그룹’ 시절 대표 팀들 중 유일하게 2020년대에 컴백한 점만으로도 이미 독보적 사례가 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참 여러 가지 면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팀이 되고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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