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무슨 띠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아가서 우리는 사주팔자라는 말을 늘 듣는다. 태어난 띠부터 시각을 부호로 나타낸 것이 사주(四柱)이다. 사주의 구성을 위해서 시간을 맞춰 탄생시킨 성삼문의 예도 있다고 회자된다. 여하튼 의학이 발달해서인지 제왕절개(帝王切開)를 하여 출산을 하는 산모들이 의외로 많다. 예전에는 노산인 경우에 혹시 모를 난산을 대비하여 아니면 의외로 길어지는 산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를 선택하거나 했는데 필자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단지 사주명조를 맞추기 위해 제왕절개를 하려는 경우에 대해선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다. 얼마 전에 제왕절개가 예정되어 있는 딸을 둔 어머니가 좋은 날을 잡아달라며 상담을 왔는데 예정된 출산일을 전후해 해당 기간 중에 가장 바람직한 날이 없어 아쉬웠다. 요즘은 아이를 하나 밖에 안 낳는 가정이 많아져서 인지 의외로 좋은 사주명조를 택하기 위해 제왕절개일을 물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실 좋은 날을 정해 출생일을 맞추고 싶은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출산택일은 이미 태어나는 해와 달은 거의 정해져 있는 한정된 기간 내에서 가장 좋은 날과 시간을 선택해야 하므로 정말 쉽지 않을 일이다. 아니면 반대로 출생할 해를 정해 놓고 그 해우년 중에 가장 좋은 달과 날을 미리 정해 임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데 이 역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옛날 왕가에서는 왕과 왕비 또는 세자와 세자비가 합방을 하는 날도 미리 역관들이 사전에 택일해 몸과 마음을 정(淨)하게 준비한 후 갖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어난 후 병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경우가 허다했으니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역학적으로 운명의 좋고 나쁨을 판별하는 것은 이미 후천적인 것이요 타고 태어나는 생년월일의 사주명조는 전생으로부터의 업연과 복덕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만 현대의학의 발달로 제왕절개와 같은 수술요법이 있으므로 태어날 해과 달은 이미 정해져있기에 년과 월에서 부족하거나 모자라는 기운을 일과 시에서 보완해주는 역할 정도로 만족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사주명조에 있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태어난 날을 중심으로 하여 월주와 시주 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태어난 시는 말년운을 관장하며 자식복을 나타내기도 한다. 초년복보다 말년복을 더 중요시 여기는 인생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년, 월, 일에서 보충해주지 못하는 기운을 시간에서 보완해줘야 하는 터이다. 아무리 좋은 시간을 잡는다 할지라도 현대에서는 대부분 병원에서 출산을 하므로 제왕절개 수술을 할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출산하기 힘든 새벽이나 늦은 밤 공휴일은 날을 잡기가 어렵다. 이 역시 제왕절개의 맹점이 될 수가 있다. 그나마 잡은 좋은 날이 한 밤중이나 공휴일에 걸린다면 수술을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정한 출산 기일의 한도가 있는데 너무 빨리 태어나거나 너무 늦게 태어나게 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사주명조가 좋은 출산일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다.
수술을 통한 출산을 제왕절개라고 하는 이유는 로마의 황제 줄리어스 시저가 수술을 통해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시저가 처음부터 황제 계승권자였던 것이 아니라 원로원 의원이자 장군이었던 시저가 나중에 황제가 됐기에 세계사의 한 획을 긋는 영웅으로 불리게 된 그의 출산을 빗대어 제왕절개라 명명하게 된 것이 역사적 유래일 것이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