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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러브·폴인베이스볼] 두산 김재호, 만년 백업 아들이 부모님께

입력 : 2010-10-11 09:58:31 수정 : 2010-10-11 09: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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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저 재호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바로 그 아들 김재호요.

부모님을 보면 죄송한 생각이 먼저 드네요. 아들이 신문 1면에 나오는 게 보고싶다고 그러셨는데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보여드리지 못했으니까요. 2004년 두산에 1차지명이라는 큰 영광으로 프로무대를 밟을 때만 해도 기대가 크셨을 텐데 전 아직 주전자리도 못 꿰찬 백업 수비수네요.

사실 저도 이런 내 모습이 안타깝고 힘들 때가 많답니다. 가을잔치 만 해도 이번이 3년째인데 2008년을 빼고는 선발로 나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까요. 뭔가 보여주겠다고 열심히 이를 악물고 훈련을 해도 기회조차 잡기 힘드네요. 그래도 주위에서는 3년 내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 그냥 되는 일이냐며 위로를 해주지만 그래도 가슴 한쪽이 휑한 것은 어쩔 수 없답니다.

제가 정말 힘들었던 것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나서였습니다. 프로에 와서 상무를 다녀오고 하니 벌써 6년차. 이제는 주전으로 발돋움하겠다며 나름대로 마음을 다잡고 훈련했는데 스프링캠프 막판 연습경기에서도 저는 상대가 2군급 선수들일 때나 선발로 나가는 신세였기 때문이죠. 올 해도 감독님 눈에 내가 주전급에 들지 못했다는 뜻이었죠. 정말 후보로 또 다시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제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선배들 붙잡고 못하는 술도 마시게 되더군요. 얼굴이 무표정하면 주위에서 화냤냐고 해서 억지로라도 웃어야 했지만 사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었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이제는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알게 됐으니까요. 답은 쉽더라고요. 마음을 비우는 것이었어요. 이전에는 주전을 욕심내며 억지로 참고 운동했답니다. 그러니 조급할 수밖에 없었죠. 이제는 훈련도 즐기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즐기면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도 감독님이 저에게 주신 역할을 수비수입니다. 하지만 이제 즐기면서 기회를 기다리겠습니다. 그래서 꼭 부모님이 맘껏 자랑할 수 있는 아들이 될게요. 제가 무뚝뚝해 평소에는 이런 말씀도 잘 못드리지만 아버지는 약주를 좀 줄이세요. 안 그래도 다리도 불편하신데 요즘 몸무게도 많이 빠지신 것 같아 걱정입니다. 평소에도 아프신데가 많은 어머니, 제가 좋은 보약 또 챙겨드릴 게요. 두 분다 건강하셔야 아들이 잘 하는 모습을 보실 거 아닙니까. 부디 건강 또 건강하세요.

잠실 송용준 기자 eidy015@sportsworldi.com

<통합뉴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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