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프로야구 SSG의 2025시즌이 막을 내렸다.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서 1승3패로 고개를 숙였다. 정규리그 3위 자격으로 준PO에 직행했던 상황. 리그 최강 불펜(평균자책점 3.36·1위)을 앞세웠지만, 타선의 침묵 속에서 힘든 경기를 치러야 했다. 준PO 4경기를 치르는 동안 SSG 팀 타율은 0.173에 불과하다. 매 경기 6안타를 넘기지 못했다. 시리즈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마주한 ‘1선발’ 드류 앤더슨의 장염도 악재였다. 결국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2년 만에 밟은 가을 무대였다.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컸을 터. 마지막 4차전 선발로 나선 ‘캡틴’ 김광현의 역투가 이를 대변한다. 1회부터 전력투구를 펼쳤다. 마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까지 찍혔다. 결과를 떠나, 마운드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김광현은 “은퇴할 때까지, 공 하나하나 전력으로 던지는 투수로 남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숱한 가을을 경험했다. PS 통산 최다 선발 등판 기록 보유자다. 총 24번 PS 경기를 치렀다. 선발로 20경기, 불펜으로 4경기 등판했다. 이 부문 2위는 정민태 현 삼성 코치로, 가을야구서 18번 선발 등판했다. PS 통산 탈삼진에서도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날 5개를 더해 103개를 기록 중이다.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광현은 놀라워하면서도 “아무래도 많은 경기에 나가다 보니 삼진 기록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노련한 베테랑도 패배 앞에선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다. 이날 승리의 여신은 얄궂게도 김광현을 빗겨갔다.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고도 김광현은 “아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가슴에 C(Captain·주장)자를 새기고 치른 첫 시즌이었던 만큼 책임감도 더 컸다. “이기고 싶었고, 그만큼 열심히 했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면서 “개인적인 것들엔 크게 아쉽지 않은데, 함께 고생했던 팀원들과 좀 더 높은 곳에 가지 못했다는 부분이 마음에 남는다”고 털어놨다.
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개막 전 SSG를 5강권으로 분류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예상 밖 선전을 빚은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하기도 했다. 외인 투수를 제외하고 생애 첫 PS 엔트리에 등록된 자원만 9명이다. 김광현은 “스스로 가능성을 많이 느꼈을 거라 본다. 특히 이번 준PO 4경기를 발판 삼아 앞으로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나 역시 준비 잘해서 내년 시즌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강조했다.
팬들을 향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올 시즌 SSG는 홈 관중 128만1093명을 동원, 구단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희로애락을 나눴다. 김광현은 “정말 감사드린다. SSG 팬이 많아졌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어떻게 보면 팬 분들이 더 고생을 많이 했다”고 끄덕였다. 이어 “잘할 때도,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소통하며 칭찬도, 질책도 받았다. 그러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 달라”고 마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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