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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토크] ‘데뷔 10년차’ 류준열 “앞으로 10년 고민, 나를 지탱하는 것은 ‘긍정’”

입력 : 2025-04-18 07:58:00 수정 : 2025-04-17 17: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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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신념이고, 어디부터가 광기일까.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속 성민찬 목사는 그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불안정한 인물의 마음을 마치 내 것처럼 끌어안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배우 류준열은 다시 한번 ‘배우 류준열’이라는 이름에 무게를 더했다.

 

그리고 그를 연기한 배우 류준열은 ‘디테일’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 복잡한 인물을 조각하듯 표현해냈다. 마치 믿음이 얼굴에 박힌 사람처럼.

 

류준열은 이번 작품을 두고 “과감하고 직선적으로 연기했다”고 말한다. “큰 믿음 안에서의 선택은 과감할 수밖에 없다. 절대적인 신이 사인을 줬다고 믿는 사람의 마음, 그건 고민보다 확신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보시는 분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리얼리즘과 생활 연기에 기반을 둔 기존의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 그는 믿음이라는 거대한 에너지에 자신의 연기를 맡겼다. 어쩐지, 그동안 보지 못한 류준열의 얼굴이다. 

 

원작 웹툰 속 성민찬은 꽤나 직관적인 인물이다. 외형만 봐도 날카롭다. 신의 이름을 빌려 욕망을 실행하는, 종교의 외피를 쓴 폭력성의 결정체. 외려 영화 속 성민찬은 훨씬 현실적이다. “처음엔 선량한 목사처럼 보이지만, 점점 불쾌한 긴장감이 뒤따른다”는 평처럼, 관객의 불안을 점점 키우는 방식. 류준열은 말했다. “누가 성범죄자가 교회에 왔을 때 반가워하겠나. 하지만 교회는 죄인이 오는 곳이라는 말을, 성민찬이 한다. 그 대사에 목회자로서 선택하는 길을 보여준다.”

 

극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신현빈, 신민재와 후반부 폐건물에서 벌어지는 5분 30초 원테이크 장면이다. “정해진 대사가 없었다. 연극처럼 보여지는 화면이라 보고, 즉흥적으로 갔다”는 그의 말처럼 배우와 카메라의 합이 전부였던 이 장면은 연극 무대처럼 생생하다. “감정선이 맞물리는 지점까지 테이크를 반복했다. 그날은 온몸으로 연기했다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엔딩에 담긴 그의 ‘침잠된 광기’ 역시 깊은 고민의 결과다.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류준열은 “정말 어떤 표정이 맞을지 몰랐다. 고민만 많이 하다가, 현장에서 연상호 감독님이 진짜 웃긴 동영상을 보여주셨다. 말도 안 되지만, 묘하게 와 닿는 무언가가 있더라. 테이크가 많아지면 모두가 지치니 그냥 길게 가보자고 했다. 테이크가 끝나고 나서야 무언가가 왔다 싶더라”고 설명했다.

 

류준열은 연상호 감독에 대해 “답이 안 나오는 질문을 가져가도 결국엔 감독님이 답을 찾아내시더라. 합리적인 동시에 천재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분”이라며 신뢰를 드러냈다.

 

목사 성민찬은 처음엔 이웃 같은 목사다. 부드럽고, 친절하고, 약간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믿는 순간부터 무섭도록 달라진다. 이 믿음이 욕망인지, 계시인지, 광기인지 구분이 어렵다. 류준열은 “믿음 반, 욕심 반이 섞인 장면들이 있다. 특히 차 안에서 아내에게 죄를 고백하는 장면은 인물의 욕망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이 영화 전체를 통해 ‘믿음’이라는 테마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 “사실 저도 늘 믿음에 대해 고민한다. 저의 소명같은 이야기가 들어가있다. 늘 관심있어하고, 저조차도 경계하는 믿음에 대한 어떤 부분에 대한게 녹아든 거 같다”고 돌아본다.

 

류준열은 10년 차 배우이자 마흔을 앞두고 있다. 지금 그는 다음 10년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제가 이렇게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다. ‘주변의 좋은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 요즘이다. 하루 하루 눈뜨고, 현장에 가고, 스태프와 밥먹고 작품 이야기 하는 게 즐겁다”란다. 그러면서도 “그동안은 열심히 하고, 노력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그 방식으로는 안 되는 시점에 온 것 같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뭐가 맞는 길인지 고민이 크다. 철이 들었나보다”라며 특유의 호쾌한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덧붙였다. “요즘은 긍정적인 선택을 하려고 한다. 좋은 것만 보려고 하고. 나를 지탱해주는 건 결국 그런 생각 같다”며 특유의 넉살을 보인다.

 

류준열은 ‘계시록’의 빈칸에 강렬한 연기를 채워넣는다. 그리고 글로벌 시청자에게 질문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믿고 있는가?”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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