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리 갤러리가 김효선 작가의 개인전 ‘품다: 달과 빛 그리고 색’ 전시를 개최한다.
비트리 갤러리 서울점은 오는 4월 17일부터 5월 24일까지, 부산점은 오는 5월 1일부터 5월 24일까지 김효선 작가의 개인전 ‘품다: 달과 빛 그리고 색’ 전시를 개최한다.
김효선 작가의 작품은 마치 새벽의 첫 빛이 부드럽게 스며들어 은은하게 밝아오는 것처럼, 달 항아리의 표면에는 섬세한 푸른빛이 흐르고 있다. 이 빛은 시간이 지나면서 깊이를 더하고,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고 차분하게 만든다.

베이지 빛깔의 달 항아리는 따뜻한 색감을 품으며 자연스럽게 흐른 유약이 마치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흔적처럼 보여진다. 그 안에 담긴 크랙과 유약이 흘러내린 부분은 마치 시간이 지나며 쌓인 이야기 같아 더욱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전통적인 달 항아리의 형태를 현대적인 미감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유리가 만들어낸 투명한 색감과 빛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동시에 조선 달 항아리의 고유한 조형미를 강조하고 있다.
“품다”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달 항아리는 본래 포용과 온화함을 상징하며 그 안에 담긴 자연스러운 색감과 물방울의 맺힘은 마치 생명력과 역사의 흐름을 나타내듯 느껴진다. 유리가 만들어내는 투명한 색과 빛이 전통적인 달 항아리의 형태와 조화를 이루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효선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물질과 형상의 결합을 넘어 그 자체로 존재하는 ‘현상’에 대한 깊은 탐구를 담고 있다.

작가는 ‘병렬 하이브리드’라는 개념을 통해, 서로 다른 두 물질이 만나는 순간 발생하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한다.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인 '흐르는 달 항아리(Flowing Moon Jar)'는 유리와 흙, 그리고 유약의 만남을 통해 물질 간의 관계에서 오는 변화와 리스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유리와 흙은 그 본래의 성질을 그대로 드러내며, 이들의 결합은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창조한다. 이러한 물질적 조우에서 발생하는 성질의 변화는 단순히 미적이고 형태적인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물질 간의 대화와 관계를 통해 새로운 미적 가치를 창출하며, 목적없이 목적성을 가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서사로 물질의 특성을 품어 또 다른 시각의 빛과 색으로 표현되고 있다. 김효선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융점이 낮은 유약을 사용하여 그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저명한 공학자이자 교수인 마이클 애쉬비(Michael F. Ashby)는 재료의 상호작용을 ‘인터페이싱(materials interfac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인터페이스’란 두 가지 이상의 재료가 접촉하고 결합하는 지점을 말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화학적 변화가 새로운 특성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김효선 작가의 ‘흐르는 달 항아리’에서는 유리와 흙이라는 두 상이한 재료가 결합되며 그 접합부에서 발생하는 물질적 특성 변화가 작품의 핵심적인 미적 요소를 형성하는데, 이러한 서로 다른 물질들이 열적, 물리적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유리는 900°의 고온에서 녹아 색을 만들고, 흙은 1250°에서 구워지며 그 자체로 형태를 유지하려는 특징이 있다. 유약 또한 재료 간의 경계를 허물며, 서로 다른 성질이 결합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김효선 작가는 이 점에서 유약을 선택하여 유리와 흙이 만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변화와 미적 완결성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효선 작가의 작업은 '결과'에 집중하기보다는 '과정'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강조하며, 물질의 본질적 성질과 그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중시하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예술적 가치를 탐구한다. 또한, 이러한 시도는 물질 간의 충돌과 융합을 통한 예술적 아름다움의 탄생이 목적 없이도 목적성을 지닌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또 다른 시각의 빛과 색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비트리 갤러리 서울, 부산에서 개최하는 이번 ‘품다: 달과 빛 그리고 색’전시는 김효선 작가의 깊은 철학과 실험적 접근을 통해 물질과 현상, 그리고 미적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의 일환이며 관람객들은 각 작품을 통해 물질의 본질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리스크, 그리고 예술적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황지혜 온라인 기자 jhhw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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