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초수급자 노인 공공·사회서비스형 사업 운영
폐현수막·건전지 등 수거…특수교육 아동지원 활동도
“신나게 일합시다!” 인천 부평구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인 태금순(74), 강옥희(71), 정승희(69)씨의 단체 카카오톡방에 추석 직전에 올라온 응원 메시지다. 노인 일자리 활동일이 있는 날이면 세 사람은 아침부터 활기가 넘친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알게 된 세 사람은 ‘약속수거단’ 사업에서 3인1조로 함께 일하며 절친한 동료이자 친구가 됐다.
세 사람은 3∼4일에 한 번씩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을 확인하러 간다. 수거함에 쌓인 폐의약품을 수거하기 위해서다. 자물쇠로 잠긴 폐의약품 수거함을 열고 수거통을 꺼내면 3~4일 치의 폐의약품이 쌓여 있다. 강씨는 “일주일에 평균 10㎏ 이상은 수거하는 것 같아요”라며 수거통의 폐의약품을 비우고 수거함을 자물쇠로 잠그면서 수거 거점 기관에 제출하러 이동했다. 이날 수거된 폐의약품은 6.5㎏이었다.
“우리는 환경보호를 위해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정 씨의 얼굴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들은 해당 활동이 우리 세대 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씨는 “버려지는 의약품들이 땅이나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예방한다는 점이 가장 보람차죠. 게다가 사회에 소속돼 있다는 느낌도 드니 일하는 날이 기다려져요”라며 미소 지었다.
부평구노인복지관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 약속수거단 사업은 아파트 내 폐의약품 수거함을 설치 및 수거하고,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폐의약품 처리 방법을 홍보하는 일을 한다. 수거된 폐의약품은 부평구보건소 등 지역 내 수거 거점 기관에 제출돼 안전하게 소각 처리된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사업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 유형 중 하나로,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시니어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고 지역 사회의 공익을 증진하는 사업이다.
현재 폐의약품 수거 사업은 부평구노인복지관을 시작으로 인천에서 11개 사업단이 운영 중이다. 이 사업으로 실제 인천시 폐의약품 수거량은 증가했다. 사업 운영 후 지난해 11월 기준 404.22㎏이 수거됐다. 이는 전년 대비 365% 증가한 수치다. 폐의약품 뿐만 아니라 폐현수막, 폐건전지 등의 생활계 유해폐기물을 재활용해 환경을 보호하는 노인 일자리는 전국에서 79개 사업단이 운영 중이다.
“우리의 활동이 아름다운 사회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지 않겠습니까.” 배성환(73)씨도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부산 해운대구 강동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수교육 대상 아동의 수업과 식사, 옥외 활동 등 학교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배씨는 아동의 학교생활뿐 아니라 한글도 가르쳐주는 등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떼는 것도 도와준다. 배씨가 맡았던 담당 아동은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의사소통까지 안 되니 아이는 한껏 움츠러들어 있었다. 배 씨는 학교 선생님들과 상의해 재량활동 시간에 아동을 일대일로 지도했고, 5개월 뒤 아동은 자기 이름을 읽고 쓸 줄 알게 됐다. 의사소통도 원활해지니 성격도 전보다 밝아졌다. 배씨는 그때를 “이러한 활동이 결국은 장애 아동의 사회생활을 위한 것”이라며 “저 역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해졌습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배씨는 사단법인 삼성희망네트워크의 사회서비스형 사업 ‘늘봄장애아동매니저사업단’에 참여 중이다. 이 사업은 특수 교육기관이나 통합 교육반 시설의 학생, 장애인 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돌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특수교사의 사무 업무도 한다. 배씨는 하루 3시간, 월 60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사회서비스형 사업도 공공형처럼 정부의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사업 유형 중 하나로, 시니어의 경력과 역량을 활용해 돌봄, 안전 등 사회적으로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2019년부터 시행됐다. 현재 노인, 어린이 등 취약계층 대상 노인 일자리 사업은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등 전국에서 56개 사업단이 운영 중이다.
이처럼 노인 일자리 사업은 지역 현안, 나아가 사회 현안 해소를 위해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인일자리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은 잠시 거두고 객관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며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노인들의 행복도가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노인을 보고 미래에 대해 불안한 생각을 갖지 않겠나. 노인이 행복해야 할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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