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단풍터널길 녹음서 인생샷
천년고찰 내장사서 ‘서래봉’ 조망
작은 호수 위 파란 정자 ‘우화정’
레트로 케이블카 타고 전망대로
기암괴석·푸른 나무 보며 힐링
백제 정서 담은 정읍사 문화공원
소박하고 따뜻한 시내 야경 일품
내장산은 전북 정읍시와 순창군, 전남 장성군에 걸쳐 있다. 내장산 하면 흔히 흐드러진 붉은 단풍부터 떠올리기 마련이다. 국내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 명소로 손꼽히니 그럴 만하다. 이번에는 이른 무더위를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여름의 단풍 숲으로 향했다. 가을철에 비해 호젓한 초록빛 단풍의 향연이 색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2일, 국립공원공단과 초록빛이 넘실대는 호젓한 내장산국립공원으로 떠났다.
◆단풍나무 108그루 지나 ‘내장사’ 가는길
서울역에서 정읍까지 KTX로 달린다. 접읍역에서 내려 차로 15~20분 정도면 커다란 내장호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를 지나면 이내 내장산 국립공원에 거의 다 왔다는 의미다.
방문한 날 비가 쏟아졌다. 우선 내장산의 명소 108단풍터널길을 걷는다. 이는 내장사 일주문에서 반야교까지 약 400m 구간이다. 65년 전 ‘백팔번뇌’를 잊으라는 의미에서 108그루의 단풍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연녹색 단풍나무 터널도 근사한 포토존이 된다. 비오는 날의 터널길은 마치 한폭의 초록빛 맑은 수채화같다.
터널을 지나면 천년고찰 내장사 경내가 펼쳐진다. 내장사는 636년(백제 무왕 37년) 영은조사가 약 50여동의 전각을 세워 ‘영은사’로 창건했다. 이후 1098년(숙종 3) 행안(幸安)선사가 전각과 당우를 새로 건립하고 중창하였고, 1557년(명종 12) 희묵(希默)대사가 영은사의 자리에 법당과 요사채를 건립하고 산 안에 무궁무진한 보물이 숨어있다하여 절 이름을 내장사로 다시 지었다. 한국전쟁때 불타버린 내장사는 50년대 이후 꾸준한 중창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다.
이곳은 내장산의 명물인 아름다운 ‘서래봉’을 조망하기 좋은 뷰포인트이기도 하다. 서래봉은 봉우리가 마치 농기구의 일종인 ‘써레’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다른 장소에서 보면 각도가 달라져서 써레 모양이 잘 보이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충분히 납득된다는 게 국립공원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건한 사찰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서래봉과 기암괴석이 마치 한폭의 수묵화같다.
내장사에서 좌측의 금선계곡을 따라 5분 남짓 올라가면 천연기념물인 단풍나무 노거수도 만날 수 있다. 숲이 아닌 단일 개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유일한 나무라고 한다.
◆내장산의 랜드마크, 산을 비추는 ‘우화정’
내장산의 랜드마크는 단연 ‘우화정’. 단풍터널로 들어오기 전에도, 케이블카를 타도 파란 지붕이 눈에 띈다. 계곡에 고인 작은 호수에 조그맣게 떠 있는 파란 지붕 정자가 바로 ‘우화정(羽化亭)’이다.
정자에 서면 날개가 돋아 하늘로 오른다는 전설 덕분에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바위를 놓은 징검다리를 건너 가는 장면을 ‘인생샷’으로 남겨보자. 내장산을 거울처럼 비추는 맑은 호수와 울창한 수목의 조화가 무척 아름답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모습 자체가 아기자기한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레트로 케이블카타고 전망대 올라볼까
다음날 비가 그치고, 이곳의 하이라이트 ‘내장산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내장사 일주문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케이블카 탑승장이 나온다.
이곳 케이블카는 1980년 설치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세 번째로 운행한 것이다. 크림색 바탕에 빨간 지붕과 바닥이 빈티지한 느낌이 가득하다. 요즘 MZ세대가 좋아하는 레트로, 뉴트로와 잘 어울린다.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운행한다. 요즘 새로 생긴 케이블카와 달리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탑승해 전망대로 올라가 소박한 재미를 준다. 기암괴석과 푸른 나무들을 지나 도착해 전망대를 향해 걸어간다. 오솔길을 약 300m 걸어가면 내장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전망대에 오르니 서래봉이 눈앞에 펼쳐지고, 아래에는 우화정의 파란 지붕이 반긴다. 500원짜리 동전을 넣어야 하는 오래된 망원경도 감성을 더한다. ‘서래봉 정상을 바라보면 부처님이 배에 손을 모으고 합장하는 형상으로 보인다’는 안내문도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월영봉(427m), 서래봉(624m), 불출봉(622m), 망해봉(679m), 연지봉(670m), 벽련암·원적암까지 조망할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조금만 걸어가면 되는 만큼 등산이 싫은 사람도 얼마든지 올 수 있다. 데이트, 감성여행 코스로도 추천할 만하다
◆달빛이 휘영청 … 야경이 멋진 정읍사문화공원
낮의 내장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면, 정읍의 야경을 바라볼 차례다. 정읍시의 야경 명소는 단연 ‘정읍사 문화공원’이다. 정읍사문화공원은 한글로 지은 가장 오래된 백제가요 ‘정읍사’를 주제로 조성된 공원이다. 행상을 나가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아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읍사 망부상, 정읍사 노래비, 여인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 등도 마련돼 있다.
공원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편백나무가 가득하다. 오늘의 목적지는 ‘아양사랑숲’ 전망대.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불빛, 아스라지는 아파트와 빌딩의 조명, 달빛이 어두운 공원을 비춰준다.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정읍 시내의 야경은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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