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힘으로, 리그를 호령한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의 기세가 매섭다. 지난 1일 페퍼저축은행 원정에서 셧아웃 승리를 빚어내면서 개막 11연승을 질주했다. 이 기간 승점 32를 쌓아올려 일찌감치 선두 독주 체제를 완성했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팀이자 현 2위 현대건설(8승3패·승점24)과의 격차도 꽤 벌어졌다.
지는 법을 잊은 채, 2020∼2021시즌의 10연승을 넘어 구단 개막 최다 연승을 완성했다. ‘개막 연승’ 조건을 빼도 역사에 남을 상승세다. 2007∼2008시즌의 구단 역대 최다 13연승 경신이 멀지 않았다. 5일 IBK기업은행전, 10일 페퍼저축은행전 그리고 13일 IBK기업은행전을 모두 이기면 새로운 역사를 쓴다.
내심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 연승 이정표까지 바라본다. 현대건설은 2021∼2022시즌, 2022∼2023시즌 각각 15연승을 빚어냈다. 그 뒤로는 GS칼텍스의 2009∼2010시즌 14연승이 자리한다.
흥국생명의 경기력을 감안하면 헛된 꿈이 아니다. 연승 기간 정관장과의 1라운드(3-2 승)를 빼고 승점 3점을 온전히 챙겼다. 세트득실률이 무려 4.125다. 2위 현대건설이 1.750, 3위 IBK기업은행이 1.47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흥국생명의 페이스가 얼마나 가파른지 체감할 수 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중심을 잡는다. 214득점으로 리그 5위, 국내 1위를 달린다. 효율은 말할 것도 없다. 공격성공률 46.84%로 리그 1위다. 오픈 40.85%(2위), 퀵오픈 53.85%(1위) 그리고 구사율은 높지 않지만 후위공격 성공률도 43.14%(2위)를 자랑하며 다채로운 공격을 펼친다. 그러면서 리시브 효율도 43.10%로 리그 2위다. 1988년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공수 겸장의 모습이다.
특급 도우미들의 활약도 맛을 더한다. 올 시즌 김연경의 대각 파트너로 낙점된 ‘4년 차’ 정윤주의 성장이 눈에 띈다. 시즌 109득점으로 팀 내 김연경, 투트쿠 부르주(203점)에 이어 3위를 달린다. 탄력이 느껴지는 높은 점프를 바탕으로 빠른 스윙과 강력한 서브를 자랑한다. 현대건설과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는 21득점을 올리며 개인 최다 득점 경기를 장식하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이외에도 외인 듀오 투트쿠와 아날레스 피치는 높이를 책임지며 팀 블로킹 1위(세트당 2.780개)에 혁혁한 공을 세운다. 비시즌 트레이드로 영입된 세터 이고은과 리베로 신연경도 빛을 발한다. 이고은은 몇 년째 이어지던 흥국생명의 세터 고민을 덜었고, 신연경은 은퇴를 알린 ‘백전노장’ 김해란의 공백을 깔끔하게 메웠다.
당장 흥국생명을 막아설 팀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대항마’가 될 현대건설과의 3라운드는 오는 20일에 열린다. 만약 흥국생명이 연승을 이어간다면, 그 경기가 여자부 최다 16연승에 도전하는 순간이 될 예정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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