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의 분열이 결국 화를 불렀다.
클린스만호의 아시안컵 결승 진출 실패의 원인이 드러났다. 팀워크, 의지에서 모두 밀려났다. 여기에 무전술까지, 아시안컵 실패는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축구대표팀 손흥민과 이강인 등 후배들이 4강 전날 다툼을 벌였다는 소식에 연일 시끄럽다. 업계 및 축구팬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가운데, 축구협회에서 곧바로 갈등을 인정한 사실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4강 전날 손흥민·이강인 몸싸움
14일 영국 매체 ‘더 선’은 “손흥민이 한국의 아시안컵 탈락 전날 팀 동료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대표팀은 지난 7일 요르단과 준결승전에서 유효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며 무기력하게 0-2 완패를 당했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오른손 중지와 검지를 테이핑한 채로 뛰었다. 11일 토트넘 복귀 경기에서도 같은 모습이었다.
더 선에 따르면 손흥민은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저녁 식사자리에서 이강인 등 젊은 선수들과 마찰이 있었다. 선수단 중 일부 젊은 선수들이 탁구를 즐기고자 식사를 마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손흥민은 결속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식사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다는 게 충돌 배경이다. 손흥민이 다툼을 진정시키려다 손가락을 다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대회 기간에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외신에서 나온 기사 내용의 일부분은 맞다. 이강인과 또래 선수들이 탁구를 치러 가는 과정에서 약간의 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큰 몸싸움을 한 것은 아니다“고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물리적인 주먹 다툼 수준의 충돌은 아니다. 손흥민이 선수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 결속력 저하·무전술이 실패 원인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당시 최악의 경기력이 선수 간 ‘결속력 저하’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미 대회 시작 전부터 실패의 조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대회를 앞두고 파주 NFC 대신 호텔에서 훈련한 것도 부정적인 시각이 다수다.
지난해 12월 대표팀 첫 소집 당시 대한축구협회의 파주트레이닝센터 사용 계약이 종료됨에따라 서울 호텔에서 실내 훈련에만 매진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일반인 투숙객들과 함께 같은 공간을 사용한 것이다.
선수들은 공을 만져볼 기회조차 없었다. 당초 기후가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운동장을 대여할 계획이었지만 이것 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황희찬, 김진수는 대회 직전 부상을 당했다. 김승규는 훈련 도중 십자인대 부상으로 1경기만 치르고 중도하차했다. 훈련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클린스만의 무전술 또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클린스만은 임기 내내 ‘무(無)전술’이란 비판을 받으며 이번 아시안컵에서 장담했던 우승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김민재 등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들을 이끌고도 한 수 아래 상대와 매 경기 졸전을 펼쳤다.
대회가 끝나자 클린스만을 경질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 계약 기간은 북중미 월드컵까지다. 2년 4개월이나 남아있다. 한 시민단체는 클린스만을 선임한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서울경찰청에 정 회장을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오는 15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개최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결정사항을 직접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형연 기자 jh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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