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분들의 쓴 소리, 칭찬으로 바꿀 수 있도록!”
포수 유강남(롯데)에게 2024시즌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부상 악령에 사로잡혔다. 무릎에 이상 신호가 잡혔다. 참고 뛰다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7월 17일 왼쪽 무릎 내측 반월연골 기시부 봉합수술을 받았다. 예상되는 재활 기간만 7개월. 그대로 시즌이 종료됐다. 52경기 출전에 그친 이유다. 팀이 한창 어려울 때라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유강남은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때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 많이 씁쓸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원치 않았던 쉼표.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수술 직후엔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 목발을 거의 2개월가량 짚었다. 이를 악물었다. 재활에 공을 들이는 한편, 체중 또한 눈에 띄게 감량했다. 무엇보다 단 한 번의 브레이크 없이 재활 스텝을 밟았다. 이제는 거의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유강남은 “얼마 전 진료를 받았는데 결과가 좋다. 교수님께서 한 템포 더 올려서 운동해도 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야구에 대한 마음도 더 간절해졌다. 수술 직후 야구를 안 보려고도 해봤으나 쉽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야구선수인가보다”며 너털웃음을 지은 배경이다. ‘건강’이라는 두 글자가 얼마나 소중한 지 다시금 깨닫는 계기도 됐다. 유강남은 “안 다치고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있어야 반전의 기회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예년보다 일찍 운동을 시작했다. 개막전에 맞춰 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올 시즌 바뀌는 것들이 꽤 있다. 일단 홈구장인 사직구장 담장이 낮아진다. 2022시즌을 앞두고 6m까지 높였던 외야 펜스를 원래의 4.8m로 돌려놓기로 했다. 유강남은 “어쨌든 배트 중심에 맞아야 거기까지 날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의식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단, 이것과는 별개로 타격 폼에 일부 변화를 줄 계획이다. 유강남은 “동작이 컸던 부분을 최대한 간결하게 해보고자 한다. 정타에 잘 맞출 수 있는 폼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귀띔했다.
좀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피치클락이다. 올해 정식 도입된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투수는 주자 없을 시 20초, 있을 시 25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좀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운을 뗀 유강남은 “지난해 우리 팀이 피치클락 위반 횟수가 가장 많았다고 하더라. 당시엔 시범 운영 중이었기에 기존 루틴대로 가지 않았을까 싶다. 피치컴(투수와 포수의 사인 교환 장비) 등 캠프서 이것저것 맞춰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롯데 유니폼을 입고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유강남은 2023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4년 총액 80억 원에 자유계약(FA)을 맺었다. 두 시즌 동안 173경기서 타율 0.242, 15홈런 75타점 등을 기록했다. 유강남은 “지난 2년의 시간을 돌아봤을 때, 팬 분들의 실망이 컸을 것 같다. 인정한다. 쓴 소리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면서도 “한 번만 더 믿어주셨으면 한다. 쓴 소리를 칭찬으로 바꿀 수 있게끔 동료들과 멋있고 재밌는 시즌 만들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강남은 17일 1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대만으로 떠난다. 본진은 24일 출발하지만 최준용, 고승민 등과 조금 더 일찍 떠나기로 했다.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따뜻한 나라에서 재활하고 운동하면 더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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