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하게 출발한 임성재의 2025년, 이번에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임성재는 오는 17일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880만 달러)에 출전한다.
‘한국 남자골프 간판’으로서 2025시즌 한국 PGA 골퍼의 첫 우승을 노린다. 어깨는 무겁다. 임성재가 휴식을 취한 시즌 2번째 대회 소니오픈에서 한국 선수들이 대거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기대를 모은 김주형이 65위로 부진했고 안병훈, 김시우, 이경훈은 컷 탈락 수모를 겪었다. 에이스나 다름없는 임성재가 명예 회복의 선봉장이 돼야 할 때다.
개인적으로도 우승은 당연히 절실하다. 2020년 3월 혼다 클래식에서 감격의 첫 승을 신고했고, 2021년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2승을 맛봤다. 이후 3년 3개월 가까운 침묵이 이어진다. 이 기간 준우승만 5번, 3위는 6번을 기록했다. 우승 레이스에서 번번이 아쉬움을 삼키며 갈증이 깊어졌다.
지난해 최고 성적은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찍은 공동 3위였다. 준우승 없이 톱10만 8회 진입에 그쳤다. 반드시 해갈에 나서야 할 2025년이다.
또 다른 동기부여도 더해진다. 바로 목전에 온 PGA 한국 골퍼 최다상금 타이틀이다. 올 시즌 개막전인 더 센트리 3위로 상금 136만 달러(약 20억원)를 챙긴 임성재는 통산 상금 3125만9508달러(약 459억원)를 찍어 ‘30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됐다.
한국 선수 최다상금 1위에 빛나는 ‘탱크’ 최경주의 3280만3596달러(약 481억원) 돌파는 시간문제다. 만약 이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우승상금 158만4000달러(약 23억원)를 받는다면 곧장 대선배를 넘어설 수 있다.
분위기는 좋다. 더 센트리 3위가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이 대회에서 버디만 31개를 낚았고, 보기는 4개로 제어했다. 올라온 경기력에 더해 소니오픈에서 휴식까지 취한 만큼, 완벽한 몸 상태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맞을 수 있다.
오른손 손바닥 수술 여파로 이번에도 필드에 설 수 없는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를 비롯한 톱 랭커들이 대거 불참하는 것도 호재다. 랭킹 19위인 임성재가 잰더 쇼플리(2위), 윈덤 클라크(7위), 패트릭 캔틀레이(12위)에 이어 출전 선수 중 4번째로 순위가 높다. PGA투어닷컴이 임성재를 이번 대회 파워랭킹 1위에 둘 정도인 만큼 우승 기대감이 한껏 올라가는 상황이다.
한편, 임성재 못지않게 명예회복이 필요한 김주형과 2021년 이 대회 챔피언에 올랐던 김시우도 나란히 도전장을 내민다. 소니오픈 우승자인 닉 테일러(캐나다), 연장 끝 준우승을 차지한 니코 에차바리아(콜롬비아) 등도 우승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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