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만 남기고, 다음을 기약한다.
김주형은 13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파70)에서 마무리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총상금 87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4언더파 276타로 65위에 그치며 아쉽게 대회를 마쳤다.
출발이 나쁘지 않았던 점을 떠올리면 실망감이 남는 성적표다. 1라운드 2언더파로 무난하게 첫발을 뗀 김주형은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몰아쳤다. 공동 11위까지 도약해 톱10 진입을 정조준했다.
문제는 3라운드였다. 약 2m 퍼트를 놓치고, 티샷이 아웃오브바운즈(OB)로 빠지는 등의 부진 끝에 더블보기 포함 무려 4타를 잃었다. 경기 도중 클럽을 내동댕이칠 정도로 무너진 멘탈, 4라운드에도 영향을 줬다. 버디 4개, 보기 3개를 엮어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컷 통과 76인 중 65위라는 초라한 숫자만 남고 말았다.
불안한 티샷이 많은 걸 흔들었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 페어웨이 안착률 51.79%(29/56)로 공동 61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던 퍼팅도 여전한 숙제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84개로 공동 63위까지 크게 처졌다. 시작과 끝이 모두 좋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노출한 멘탈 관리 미숙도 다듬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패기 넘치는 플레이가 장점인 2002년생의 젊은 골퍼라지만, 감정에 휘둘려 경기력에 기복이 생기는 건 치명적이다. 지난해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도 연장 접전 끝 우승을 놓친 후, 라커룸 문을 파손한 행동으로 고개를 숙였던 그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성숙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5시즌 출발이 녹록지 않다. 앞서 시즌 개막전인 더 센트리는 올해 ‘특급 대회’ 티켓을 얻지 못해 나설 수 없었다. 지난해 가을시리즈 종료 기준 페덱스컵 랭킹이 59위로 기준선인 50위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 절치부심한 소니오픈마저 쓸쓸히 퇴장하면서 분위기는 더 처지고 말았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2022년 투어 2승, 2023년 1승을 추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유망주로서 올해는 우승 가뭄을 꼭 깨야 하는 시즌이다. 준우승 1회, 톱10 2회 진입이 전부였던 지난해를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
한편, 이번 소니오픈은 PGA를 누비는 한국 골퍼들 모두에게 아쉬움만 남겼다. 김주형과 함께 출전한 안병훈, 김시우, 이경훈은 일찌감치 컷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소니오픈은 2008년 최경주, 2023년 김시우가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한국과 연이 깊었지만, 올해는 아쉬움만 남기고 퇴장했다.
오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서 시작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명예회복을 다짐한다. 더 센트리 단독 3위로 출발한 후, 소니오픈에서 휴식을 택했던 임성재가 합류해 첫 승리를 조준한다. 김주형, 김시우, 이경훈도 다시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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