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이라는 이름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감독입니다. 독특한 영상 스타일과 그만의 개성 있는 스토리가 관객뿐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인기 있는 사람이니까요. 다른 건 몰라도 분홍빛이 인상적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사진은 어디선가 본 것 같다라는 분들 있을 겁니다. 어쨌든 그 감독의 이름이 들어간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라는 전시를 저도 ‘우연히’ 가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그의 이름이 들어간 지라 웨스 앤더슨과 관계있는 전시회인가 했더니, 웬걸 그 감독과는 1도 상관이 없고, 그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한 사람(윌리 코발)이 SNS 계정을 통해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라는 타이틀로 그의 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장소들을, 죽기 전에 여행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들을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한곳, 한곳 올린 것이 시작이었답니다. 한 사람의 시작이 전 세계 커뮤니티로 확대되면서, 웨스 앤더슨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강박적인 대칭 사진들을 비롯해서 장소 사진들을 올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웨스 앤더슨 영화처럼 예상치 못하는 스토리가 담겨있는 사진들도 이야기와 함께 등장했다는데요. 2017년부터 시작된 사진 놀이가 어느 순간 책이 되고, 그들의 진짜 모험이 되더니 세계 각지에서 전시회를 열게 된 겁니다. 정말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는 거죠.
하지만 모든 장면이 우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해내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브레송의 말처럼, 인내와 노력 또한 재밌는 이야기를 위해서라면 필수요소일 수 있습니다. 섹시(sexy)한 다람쥐를 찍기 위해 야생다람쥐 사진을 오랫동안 촬영해온 한 작가는 세트를 만들고 미니 색소폰(sax)에 땅콩버터를 살짝이 발라 실에 걸어놓고 연주해줄 saxy 다람쥐를 기다리기도 했다는군요.
전시회에는 인생과 여행에 대한 명언들도 군데군데 걸려 있는데요. 빠짐없이 채워진 일정보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 우연히 발생한 사건들이 더 추억을 만든다는 말은 참 맞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즐길 필요가 있는 거죠. 또한 ‘모험은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것이다’라는 프루스트의 말은 굳이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심지어 동네 공원에서도 새로운 세계와 모험을 발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요즘 답답한 시국으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분들, 가까운 곳에서 재미난 모험 한바탕 추천합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