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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영의 인사이드아웃] 뜨끈한 만두국 한 그릇의 위로가 필요한 시대 ; 영화 <대가족> 이 주는 것

입력 : 2024-12-09 08:00:00 수정 : 2024-12-08 22: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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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왜 휴먼가족 코미디인가

 

안팎이 엄중한 와중에도 좋은 영화와 연극, 뮤지컬은 계속해서 시장에 공개된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날에도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오랜만의 휴먼가족 코미디인 영화 ‘대가족’이 극장을 찾는다. 서울 한복판의 만둣집 ‘평만옥’의 주인인 ‘함무옥’(김윤석 분)에게는 ‘문석’(이승기 분)이라는 의대생 아들이 있다. 외아들이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면서 함씨네의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한다. 그러던 중, 문석의 자식이라는 아이들이 평만옥으로 찾아오면서 영화는 급물살을 탄다. 이 대형사고는 문석이가 의대 시절에 한 517번의 정자 기증 때문인 것으로 밝혀짐에도 영화는 관객들의 예상을 계속 비껴가고 꼬이고 또 꼬이면서 서사를 풀어나간다.

 

휴먼가족 코미디란 무엇인가. 가족 구성원들 간의 관계와 갈등을 다루면서 감동과 웃음을 제공하는 장르를 말한다. 관련하여 김윤석 배우는 영화 ‘대가족’의 시나리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굉장히 귀한 시나리오였다. OTT 바람이 불면서 (대부분의) 작품들이 캐릭터보다 사건에 휘말려가는 속도감에 기대고 있었다. 이 가운데 ‘대가족’ 시나리오는 오랜만에 소설 한 권을 다 읽은 느낌이었다”라고 말한다. 아마도 쎈 장르나 사건의 속도보다는 오랜만에 캐릭터와 서사의 힘으로 감동을 주는 영화라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그러고 보니 ‘과속스캔들’, ‘7번 방의 선물’, ‘수상한 그녀’ 등과 같은 휴먼가족 코미디들이 2010년대 중반 이후 흐름을 멈춘 것 같기도 하다. 짐작건대, 1인 가구가 증가하며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진 탓과 OTT가 문화 주도권을 갖으면서 자극적인 장르에 익숙해진 변화 때문일 것이다.

 

영화 ‘대가족’은 이런 사회문화적 변화 때문에 2024년에 꼭 봐야 할 영화이다. 연출자인 양우석 감독은 디렉터스 레터를 통해, 영화 ‘대가족’의 ‘대’는 ‘크다(大)’가 아니라 ‘~에 대하여(對)’라고 밝힌다. 인류사에서 가족은 그 형태와 관계, 의미가 굉장히 보수적으로 변해 왔는데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에서 가족의 존재와 구조가 가장 크게 변했다는 것이다. 덧붙여 영화 안에서 함무옥, 함문석, 민국이 민선이는 공동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결핍과 목표대로 제각각 움직이며 문제를 풀어가는데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가족관일 것이라고 설명한다.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합계 출산율이 1.0이 안되는 국가이다. 관련하여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한국의 합계출산율(0.68명)을 인구 붕괴의 위협으로, 가족의 구성원이기도 한 모든 세대의 2/3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담론이나 거창한 문제의식을 차지하고서라도 영화 ‘대가족’의 가장 큰 미덕은 당연 코미디이다. 초중반까지 시종일관 예측을 빗나가는 웃음보 타이밍은 매우 빠른 편집임에도 불구하고 큰 서사와 찰떡같이 붙어서 어우러진다. 스님을 찾아온 아이들과 정자은행이라는 기상천외한 설정, 신 스틸러로 등장하는 인행스님(박수영 분)이 선사하는 재미 그리고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한 ‘만두’의 진정성까지 깨알 같은 개그와 따뜻함을 선사한다.

 

시대의 우울을 달래주는 음식과 가족이 있는 영화

 

이쯤에서 생각해보니, 양우석 감독의 영화에는 늘 음식이 ‘킥’으로(feat. 흑백요리사) 등장해 왔다. 천만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 변호사(송강호)는 매 끼니 돼지국밥을 즐겼으며, <강철비>에서는 남과 북의 철우들이 잔치국수를 흡입한다. 그리고 ‘대가족’에서는 배추로 돌돌 말아낸 이북식 민어만두와 만둣국이 우리 모두의 결핍과 응어리진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다. 시사회를 다녀왔다는 남동생한테 한밤중에 전화가 왔다. “누나, 함문석 할배말이야. 꼭 울 아빠같지 않았어?”동생 녀석도 고래고래 소리를 잘 지르시던 돌아가신 아부지가 생각났구나 싶으니 웃음이 났다. 동생은 을지로에 있는 개성 손만두집으로 술 한잔 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대가족’은 애정과 미움이 범벅인 가족들을 데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속이 겹겹이 쌓인 손만두 한 접시를 먹고 싶어지는 영화이다.

 

시대적 우울함이 가득한 연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화 콘텐츠는 늘 사회적 결핍을 대체하고 위로해왔지 않는가. 더불어 세상의 갈등을 품으며 치유하기도 한다. 연말에 따끈한 만둣국 한 그릇의 위로가 되어줄 영화 ‘대가족’을 애정담아 추천한다.

 

콘텐츠미디어산업 전문가 노가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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