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잇단 흥행에 웹툰계도 덩달아 웃는다.
지난 17일 막을 내린 tvN ‘정년이’는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16.5%로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마지막까지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다. 방영 내내 인기몰이를 한 드라마 덕에 원작 웹툰도 재조명됐다. 18일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정년이 첫 방송일인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1일까지 3주간 웹툰 조회 수가 첫 방송일 3주 전 대비 13배나 증가했다. 웹툰마저 역주행 인기를 끌며 드라마와 함께 쌍끌이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상반기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선재 업고 튀어’의 원작도 드라마 효과를 만끽했다. 원작 웹소설과 웹툰 모두 드라마 방영 후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드라마 방영일 기준으로 직전 2주와 이후 2주의 수치를 비교했을 때 원작 웹소설은 매출이 8.2배나 뛰었다. 웹툰 또한 같은 기간 조회 수는 3.6배, 매출은 5.5배 증가했다. 완결하고도 3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드라마화 덕분에 뒤늦게 빛을 본 것이다.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과 ‘더 에이트 쇼’ 등도 드라마 인기와 더불어 원작의 조회수와 거래액을 끌어올린 바 있다. 영상화를 통해 원작이 다시 흥행하는 공식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OTT를 통해 K-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오리지널 작품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숙제다. 웹툰을 드라마로 각색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드라마 작가들의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다. 드라마화 과정에서 원작을 각색하는 것 또한 많은 역량이 요구되지만 작가보다는 원작이 더 주목받는 게 현실이다. 최근엔 드라마가 공개될 때마다 시청자는 원작이 어떤 작품인지 궁금증을 갖는 등 오리지널 작품마저도 웹툰·웹소설 기반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드라마 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하던 TV 단막극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웹툰의 영상화가 일상이 되자 신진 작가가 설 자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제작비가 올라가면서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드는 상황과 맞물린다. 제작비 상승으로 인해 인기 드라마 작가를 기용하기 어려워지고 반드시 흥행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웹툰 소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결국 드라마 시장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선 웹툰 원작 드라마로 소재의 다양성을 노리면서도 자체적인 오리지널 개발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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