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의 나라’ 한국이 혼성전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다.
한국 양궁 리커브 대표팀의 이우석(26·코오롱)과 임시현(20·한국체대)은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을 6-0(38-37 37-35 39-35)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혼성전이 도입된 두 번째 대회에서 정상의 자리에 처음 대한민국의 이름을 새겼다.
◆적수가 없는 ‘주몽의 후예들’
혼성전 호흡을 맞춘 이우석과 임시현은 현 시점 가장 페이스가 좋은 각 성별 ‘에이스’들이다. 지난 1일 시드 배정을 위해 열리는 대회 예선 라운드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이우석은 690점, 임시현은 678점을 기록했다. 철저하게 ‘성적 우선’ 원칙을 내세우는 한국 양궁은 예선 1위에게 개인전, 단체전, 혼성전 출전권을 모두 부여한다.
그렇게 최강 듀오가 탄생했다. 이들은 예상대로 순항을 거듭했다. 8강에서 베트남을 6-0으로 완파했고, 4강에서 인도네시아를 6-2로 잡아 결승에 도착했다. 맞상대는 이란을 꺾고 올라온 ‘숙명의 라이벌’ 일본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양궁에서 만큼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1세트부터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우석이 10점 두 번을 쏴 승점 2점을 챙겼다. 2세트는 역전승이었다. 첫 턴에서 17-19로 밀렸지만, 10점 두 개를 합작해 결과를 뒤집었다. 9부능선을 넘은 한국은 3세트에 쐐기를 박았다. 궁지에 몰린 일본이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고 압박해 세트 3연승을 달성하며 금메달로 마침표를 찍었다.
◆양궁 新종목… 한국이 빠질 수 없다
한국 양궁의 항저우 첫 금메달이다. 대회 전 리커브-컴파운드 전 종목 석권을 목표로 내건 한국의 금빛 화살이 드디어 과녁을 뚫어냈다.
둘 모두 승인으로 팀워크를 꼽았다. 이우석은 “임시현과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재밌게 경기하며 금메달 딸 수 있었다”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임시현도 “(이)우석 오빠가 긴장될 때마다 잘 챙겨줘가지고 정말 재미있게 치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혼성전 첫 메달이라는 뜻깊은 의미도 더해진다. 이 종목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처음 도입됐다. 당시 이우석-장혜진이 출전했으나 8강에서 몽골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우석은 이번 금메달로 그 악몽을 덜어냈다. 전날 열린 남자 개인전 4강 패배 아픔도 씻겨간다. 직전 대회에서 모두 은메달(남자 개인전, 단체전)에 머무른 아쉬움도 지웠다. 여러모로 묵은 갈증을 씻어낸 한판이었다.
그는 “너무 긴장을 많이 했다. 오늘 숙소 나서면서 개인전은 아쉽게 됐지만 혼성전과 단체전서 꼭 금메달 따자고 각오했다. 그걸 이뤄준 (임)시현이한테 너무 고맙다”며 웃었다.
임시현은 자신에게 붙은 ‘무서운 막내’ 별명을 입증했다.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데 이어 5~6월 양궁월드컵 2~3차 대회 개인전을 모두 휩쓸었다. 8월 열린 베를린 세계선수권 대회는 개인전 입상에 실패했지만 김우진과 함께 혼성전에서 한국의 유일한 금메달을 따내 버팀목으로 우뚝 섰다.
그 기세로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 첫 번째 세부종목부터 금빛 쾌거를 올렸다. 여자 단체전, 개인전에서 대회 3관왕까지 노린다. 그는 “한 번 시상대에 올라가니 욕심이 생긴다”며 “어렵게 잡은 기회이니 후회없이 임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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