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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따뜻함을 전하는 윤정희 작가, 전시로 보여준 ‘덜어냄’의 미학

입력 : 2023-10-01 10:34:28 수정 : 2023-10-01 10: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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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는 작가의 삶이 묻어나고 작품에는 작가의 성향이 묻어난다. 

 

윤정희 작가의 작품은 단정하고 단아하다. 세련됨과 동시에 따뜻함이 넘친다. 마치 윤 작가처럼. 

 

윤정희 작가의 개인전 ‘면의 리듬’이 오는 10월 21일까지 서울 비트리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지난 3월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6개월을 달려 30여 점의 전시 작품을 준비했다. 제작 과정을 들으면 입이 떡 벌어진다. 구리로 이루어진 동선(Copper Wire)으로 고리(Loop)를 만들어 그 위에 실을 덧입히는 방식. 색상도 굵기도 다른 수천, 수 만 가지의 실 중에서 전시의 성격에 맞게 콘셉트를 정하고 최적의 소재를 고른다. 

 

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유념한 부분에 대해 “그전 작업에서 구조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이번엔 ‘면적’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더불어 항상 색감을 고려한다. 예를 들자면 배색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전시장 전체의 배색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신경 썼다. 오시는 분들이 보셨을 때 기분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배치하려 한다”고 설명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장식미술과를 거쳐 섬유예술전공 박사 졸업까지. 20여년 간 예술에 몸담은 윤 작가는 처음부터 지금의 오브제를 완성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구리선으로 작업을 했다. 구리 실이 금속이라 되게 차가운 이미지다. 그런데 구조물을 만들면 뜨뜻한 느낌이 생기더라. 그 느낌을 좋아한다. 그런데 소재와 색의 한계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구리 실이 굉장히 연약하다. 거의 머리카락 굵기다. 전시에 갔다 오면 작품이 훼손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러다 박사 과정에서 만난 교수님께서 구리 실이라는 재료를 놓으라고 조언해주시더라”며 “이후 시장에 다니면서 재료를 찾았다. 아무래도 손에, 눈에 익숙한 재료를 찾게 되더라. 천, 석고 등 다양한 재료를 만져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더라. 그때 굉장히 힘들고 괴로웠다. 그러다 ‘실’을 만나게 됐다. 초반에는 버려지는 실이 많았다. 다양한 텍스쳐와 굵기 등을 테스트해봤다. 그러다 지금의 실을 만나게 됐다”면서 미소 짓는다.

 

윤 작가는 조형의 기본 요소인 선을 해체한 뒤 조립해 파편화된 직선과 곡선, 반복된 루프, 매듭 배열, 지그재그 등의 형태를 도출하고 공간 속에 펼쳐 놓는다. 획일화된 벽이나 공간에 윤 작가의 작품이 들어가니 무한 변주가 가능하다. 가로, 세로, 대각선 등 설치 위치나 간격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넓은 벽이라도 윤 작가의 작품 한두 점이 놓이면 공간 가득 따스함이 가득하다. 예술의 힘이다. 

 

윤 작가는 “요즘은 어떤 공간에 들어가도 차가움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미니멀한 공간을 둘러봐도 자재들을 살펴보면 벽, 바닥 등이 금속, 돌, 유리 등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공간에 따뜻한 자재가 들어가면 공간의 분위기가 바뀐다”라며 “제 작업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저는 항상 공간을 생각하고 작업을 한다”라고 언급했다. 

 

물질, 정보 등 과잉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에게 ‘덜어냄’의 미학을 알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윤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스스로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길지 고찰에 빠지기도 한다.

 

그는 “작업물이 위압감이 들 정도로 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단 한 줄이어도 충분하다.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함을 걷어내려 한다”며 “이미 우리는 시각적으로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최소한의 것으로 느끼고,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단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시 장소는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94 홍문관 비트리 갤러리.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비트리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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