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선수다.”
‘괴물’의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또 한 번 승리를 낚았다. 2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2023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 5이닝 4피안타(2홈런)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팀의 8-3 승리를 이끌며 시즌 3승(1패)째를 수확했다. 3경기 연속 승리. 2021년 5월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의 일이다. 다만,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1.89에서 2.25로 살짝 올랐다.
◆ 더, 느리게
강속구 유형이 즐비한 빅리그. 류현진은 과거에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예리한 제구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공략하곤 했다. 지난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돌아온 류현진의 구속은 더 느려졌다. 이날도 직구 구속은 최고 146㎞, 평균 142㎞ 등에 그쳤다. 그럼에도 상대 타자들이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체감하는 구속은 훨씬 빠르다는 평가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은 대단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신무기는 단연 느린 커브다. 올 시즌 류현진의 커브 평균 구속은 112.8㎞로, 빅리그 최하위(342위)다. 얕봐선 안 된다. 피안타율이 0.111에 불과하다. 스피드는 느리지만 움직임이 크다. 커브 수직 무브먼트(스탯캐스트 기준)가 70.6인치(약 179.3㎝)에 달한다. 구사율 자체는 예년과 비슷하지만(18.6%)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한다. 이날 안드레스 히메네스에게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는 장면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빅리그서 가장 느린 104㎞짜리 커브였다.
◆ 더, 놀랍게
그 어떤 물음표도 류현진을 막지 못한다. 하나둘 쌓이는 수술 이력과 30대 중후반을 향해 가는 나이. 복귀를 앞둔 류현진을 향한 현지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일각에선 선발 로테이션이 아닌, 오프너 역할에 그칠 수도 있다고 보기도 했다. 지난 8일 블리블랜드전서 4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다 타구에 다리를 맞아 교체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류현진은 보란 듯이 일어섰다. 류현진의 올 시즌 피안타율은 0.211이며 이닝 당 출루 허용(WHIP)은 1.00이다.
어려울 때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날도 마찬가지. 팀의 3연패를 끊어내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외로운 싸움 속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에 실패했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5회까지 공 60개로 막으며 순항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으나 야수진의 실책이 이어지면서 매조 짓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조만간 QS 이상도 바라볼 수 있다. 가을야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토론토로선 든든할 뿐이다.
◆ 더, 건강하게
시대를 역행하는 류현진만의 피칭에 찬사가 쏟아진다. MLB 투구 분석 전문가 롭 프리드먼은 “류현진의 커브 구속을 확인할 때마다 정말 재밌다. 대부분의 투수들은 얼마나 빠른지 확인하지만, 류현진은 얼마나 느린지 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앞두고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 정작 본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하다. 류현진은 “솔직히 (제구를 빨리 되찾은 것은) 놀랍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을 되찾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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