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관련 업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가운데 LH 내부 직원들도 의뢰 대상에 다수 포함했다. 잇따른 비위에 철근 누락 사태까지 터지면서 LH를 향한 국민적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관련 사안들을 외부 기관으로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 4일 경찰청에 무량판 구조 부실시공이 확인된 15개 공공아파트 단지의 설계·시공·감리 관련 업체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당초에는 외부 업체 74곳 관계자들이 대상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LH 지역본부에서 감리 감독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포함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내부 직원의 경우 보통 내부 감사의 절차를 먼저 거쳤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번에는 해당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건설 이권 카르텔 타파’를 요구하는 등 정부 관계기관이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LH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LH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면 ‘봐주기식’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LH는 ‘도색공사를 한다’고 공지하고 입주민 몰래 보강공사를 진행해 논란이 된 파주사업단장을 대기발령 하는 등 신속한 고강도 인사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수사 의뢰뿐 아니라 LH는 외부 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해 조직 진단도 추진한다.
한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경영이 방만한 부분이 있고, 조직이 통합된 지 14년이 지났는데도 (토공과 주공 출신 간) 자리 나눠 먹기가 여전하다”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LH의 본질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제3의 기관에 의뢰해 조직 전반에 대한 진단을 받아보
려 한다”고 말했다.
철근 누락 사태로 LH 퇴직자들과의 커넥션 등 전관예우 문제, 내부 통제와 관리·감독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어 조직 진단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 방만 경영을 해소하기 위한 조직 슬림화, 주공·토공 출신간 자리 나눠 먹기 등의 인사 문제에 대한 점검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LH 관계자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조직 정비는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지, 분야별 책임자는 어떻게 정하는 것이 좋을지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며 “이후 시스템을 구축해 조직이 시스템에 따라 운영되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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