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지낸 ‘사의재’서 열린 팜파티
계절 식재료로 꾸민 먹거리 행사
제자 이시헌과 즐긴 ‘옥판차’ 유명
강진다원·백운동서 차밭 인생샷
돼지불고기·사찰서 힐링도 인기
‘문화유산답사 1번지’ 전라남도 강진은 청자의 고장이자 남도 한정식의 본향으로 알려졌다. 또,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이곳에서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며 위대한 학문적 업적을 남겼다.
강진의 첫인상은 넓은 평야에 펼쳐진 들꽃과 풀들이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소녀같은 느낌이다. 다만 서남부 지역 끝자락에 위치한 만큼 여정이 만만치 않다. 서울 용산역에서 KTX로 광주송정역이나 나주역까지 간 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한다. 하루 가볍게 둘러보기보다 여유를 갖고 머무르는 게 어울리는 여행지다. 12일, 강진서 찾아볼만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병영성 스타일’ 돼지불고기로 든든하게
여행의 시작은 ‘에너지 충전’. 병영면 돼지불고기거리를 찾았다. 이는 지금의 육군 총사령부 격인 조선시대 전라 병영성이 있던 곳이다. 이곳 돼지불고기는 군인들의 상차림에 유래해서 전통을 이어온 메뉴라고 한다. 연탄 석쇠에 초벌돼 나온 양념 돼지고기를 파채와 볶는다. 밴댕이젓과 토하젓, 갈치젓 등 짭쪼름한 밑반찬에 밥 한공기가 빠르게 빈다. 강진군은 병영돼지불고기거리 활성화를 위해 올해 거리 명품화 사업을 추진하며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사의재서 운치있게…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팜파티’
강진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간 유배생활을 한 지역이다. 그는 1801년 강진의 주막인 ‘동문매반가’에서 초기 4년을 보냈다. 다산은 이곳을 ‘사의재(四宜齋)’로 명명했다. 생각, 용모, 언어, 행동 등 4가지를 올바르게 한다는 의미다. 강진군은 오랜 고증을 거쳐 2007년 사의재 우물가 주막 집터를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주변도 조선시대 저잣거리처럼 꾸민 덕분에 고풍스러운 한옥과 꽃, 연못 등이 어우러진다. 초여름에는 연못가에 수국이 펴 더 화려해진다. 현재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객실 9곳도 운영 중이다.
9월 이후 하반기부터는 ‘강진의 맛’도 더해진다. 강진의 건강한 계절 식재료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식탁을 꾸미는 ‘팜파티’가 열릴 예정이다.
팜파티는 농장을 뜻하는 팜(Farm)과 파티(Party)를 합친 단어로, 농가에서 소비자를 초대해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행사다. 이는 강진군과 강진군문화관광재단, 로컬 미식액티비티 팜파티아가 함께 마련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사의재 내에서 팜파티를 미리 경험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웰컴드링크 ‘스파클링티’를 손에 들려준다. 처음에는 샴페인인줄 알았는데, 마셔보니 상큼한 차다. 김은영 팜파티아 대표는 “강진의 백운옥판차를 천천히 내려 스파클링을 더했다”고 소개했다.
강진의 지역 특산물로 만든 핑거푸드도 스탠딩 파티에 ‘딱’이다. 아스파라거스 튀김, 매실청에 절인 흑토마토, 제철 채소구이 등 제철 식재료로 ‘강진의 맛’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었다. 팜파티에 쓰인 식재료는 모두 이곳 농민들이 직접 재배했고, 지역민들이 함께 연회를 준비했다.
갑오징어 회와 먹물 숙회, 바지락 초무침 등이 서빙돼 나온다. 이 가운데 ‘항아리 돼지 바비큐’가 눈길을 끈다. 항아리 속에 뜨거운 숯불을 넣고, 돼지고기를 잘라 꼬챙이에 끼워 입구에 걸어둔 뒤, 뚜껑을 닫고 1시간 이상 천천히 구워낸 ‘강진식’ 요리법이다.
이어 강진 출신의 시인 영랑 김윤식과 무용가 최승희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시극 ‘을유년, 모란이 피기까지’, 정약용과 초의선사의 대화를 담은 ‘초의선사, 어느 날 어느 때고’ 공연이 펼쳐진다. 지역주민들의 열연으로 더 멋지다.
◆220여년간 이어온 차 마시며… 여행 감성 ‘한껏’
여행 감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싶다면 강진다원과 백운동 원림, 이한영 차(茶)문화원까지 이르는 코스를 강력 추천한다.
백운동 원림 속 정원은 조선 중기 선비들의 은거문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이는 담양 소새원, 보길도 부용동 원림과 호남의 3대 원림 중 하나다.
강진다원에 차를 세운 뒤 조금만 걸어가면 원림이 나온다. 원림까지 걸어가는 내내 초록빛으로 이어진 차밭은 ‘인생샷 성지’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원림까지 이르는 길목에는 원왕대나무 1만 그루가 병정처럼 지키고 있다. 숲길을 헤치고 가면 백운동 별서 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 더 올라가 바위 위에 세워진 정자인 ‘정선대’에 오르면 백운동 원림을 한 눈에 들일 수 있다. 이곳 제1경인 정자에서 월출봉쪽 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옥판봉이 보이는 풍경을 놓치지 말자.
정원을 둘러본 뒤에는 한반도의 차문화의 원형을 구축한 이한영 차 문화원을 찾아보자. 약 1km 거리에 있어 찾기 좋다. 이곳에서는 다산의 제다법으로 만든 차를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마실 수 있다.
당시 강진으로 귀양 온 다산은 어린 제자 이시헌과 학문과 차(茶)를 매개로 오랜 우정을 나눴다. 다산이 고향으로 돌아간 후에도 이시헌은 스승에게 매년 ‘옥판차’를 보냈다.
후손들은 조상의 옥판차를 지켜왔다. 특히 이한영 선생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차를 ‘백운옥판차’로 계승, 국내 최초의 차 브랜드로 만들었다.
현재 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현정 원장은 이한영의 고손녀이자 이시헌의 7대손이다. 이곳에서는 ‘티크닉’(tea+picnic을 합친 단어)도 즐길 수 있다.
◆고찰 풍성 … 화방사서 강진 풍경 한눈에
고즈넉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멋진 고찰도 많다. 신라의 명승 원효가 창건한 ‘무위사’, 동양 최대 황동아미타여래좌상이 있는 ‘남미륵사’ 등 유명한 사찰이 많지만 화방산 중턱에서 강진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화방사’, 고려 전성기 청자문화 발전에 기여한 ‘정수사’를 둘러볼 만하다. 특히 당전제(저수지)로 이어지는 정수사길은 녹음 우거진 가로수의 녹음이 멋지고, 이곳에 사는 강아지가 사찰을 안내해주듯 방문객을 반긴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