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기적을 일궜던 정현(23·한국체대). 이젠 ‘불참이 아이콘’이 되고 있다.
정현은 22일부터 스페인에서 막을 올리는 세계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500시리즈 바르셀로나오픈 본선 출전을 포기했다.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기권한 데 이어 두 해 연속 불참을 결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현은 지난 2월 ABN AMRO 월드테니스 토너먼트 1회전에서 탈락한 이후 두 달 동안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같은 기간 동안 허리 부상 때문에 훈련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사이 세계랭킹도 추락하고 있다. 지난 15일 세계남자테니스협회(ATP)가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124위까지 수직 하락했다.
지난해와 판이하다. 2018년은 그야말로 정현의 해였다. 그랜드슬램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세계적인 랭커들을 차례대로 격파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한국 선수 최초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이었다. 당시 정현의 ATP 단식 세계 랭킹은 19위까지 치솟았다. ‘한국 남자 테니스의 미래’를 넘어 ‘호주오픈의 기적’이라고까지 불렸다.
문제는 그 이후다. 좋은 흐름을 몰아가지 못했다. 특히 올 시즌엔 기술과 심리, 몸 상태까지 모든 게 좋지 않다. 테니스 공의 탄성을 누구보다 잘 이용하는 게 정현의 특장점인데 서브부터 불안하다. 서브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자 포핸드스트로크까지 흔들리는 악순환이다. ATP 타타오픈, ASB클래식, ABN 암로월드토너먼트, 호주오픈 등 네 개 대회에서 상대 코트 바운드 이후 직선으로 흘러나가야 할 공의 궤도가 상대 몸 쪽으로 향했다.
명확한 복귀 시점도 예측하기 어렵다. 신체의 중심 격인 허리가 고장나서다. 재활에만 전념해야만 하는 상황. 쉬이 훈련을 진행할 수도, 복귀를 가늠할 수도 없다. 경기 출전이 언제쯤 가능할 지 알 수 없다. 기적을 일궜던 정현은 1년 사이에 불참의 아이콘이 됐다. 부상을 떨쳐내지 못하는 한 불명예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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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코스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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