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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2-19 03:00:00, 수정 2018-12-18 18:23:12

    원시 품은 서귀포… '날 것 그대로의 제주'를 만나다

    석양이 아름다운 군산오름부터
    용왕의 아들이 살았던 대평리까지
    자연과 어우러진 멋진 볼거리 가득
    • [서귀포=정희원 기자] 인스타그램에서만 보던 가공된 제주가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제주’를 만나고 싶다면 서귀포로 떠나보자. 처음 제주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부터, ‘감성여행’에 지친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코스를 소개한다.

      ◆360도 뻥 뚫린 시야, 석양이 멋진 ‘군산오름’

      초겨울 제주는 아름답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반겨주는 야자수가 ‘제주도에 왔구나’를 실감케 한다. 오후 느지막이 공항에 도착했다면 해질 무렵의 제주를 만나러 ‘군산오름’에 올라보자. 산행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도달한다. 군산오름은 모양이 마치 군막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동차로 정상 인근까지 올라갈 수 있고, 내려서도 꼭대기까지 오르는 게 어렵지 않다. 5분 정도 폭신한 길과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돼 노부부도 무리 없이 데이트할 수 있다.

      군산오름 정상에서는 360도 탁 트인 전망에 입이 벌어진다. 구름 낀 한라산 전체가 정통으로 보인다. 정상을 중심으로 동쪽은 서귀포시, 서쪽은 남제주군에 속해 시군경계를 이루고 있다. 반대편으로는 바다 지평선이 넓게 펼쳐져 있어 장관이다. 노을이 질 무렵에는 하늘이 짙푸른색, 보라색, 주황빛으로 물들어 아름답다.

      ◆대평리에서 느끼는 ‘감성제주’

      자연과 어우러진 감성적인 서귀포의 면모를 느끼고 싶다면 대평리 마을을 찾아가보자. 하루종일 걷고, 쉬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오래전에는 용왕의 아들이 이 땅에 살았다고 해서 ‘용왕난드르마을’이라고도 불렸다. 이를 활용한 전통축제도 이어지는 중이다.

      대평리는 돌담에 폭 싸인 나지막한 집과 마늘밭이 대부분이었다. 대평리는 도둑, 거지, 대문이 없는 3무(無) 마을로도 불렸다. 다만 마늘밭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이를 게스트하우스·펜션·카페가 채우고 있다. 다닥다닥 붙은 정신없는 풍경이 아니다. 각자 널찍한 공간을 활용하며 ‘프라이빗 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평리는 제주에서 이주정착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대평리에 터를 잡은 외지인 중 1세대에 속하는 이는 장선우 감독이다. 그는 마을의 옛집을 개조해 ‘물고기 카페’를 열었다. 카페에서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초록빛 마늘밭이 청량한 풍경을 만든다. 카페 루시아의 시그니처 ‘루시아라떼’도 추천한다. 헤이즐넛크림이 들어있어 부드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대평리는 서귀포 중문 서쪽에 위치해 있다. 제주도를 일주하는 1132번 도로에서 안덕계곡 안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안덕계곡도 탐방할 수 있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절벽, 평평한 암벽바닥, 바닥에 유유히 흐르는 맑은 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계곡 기슭에는 상록수림대가 형성돼 있다. 이곳은 추사 김정희, 정온 등 유배온 학자들이 후학을 가르치고 절경을 즐긴 제주 10경 중 하나로도 꼽힌다.

      다음으로는 대평리 포구로 향해보자. 대평리 포구는 제주 올레 8코스와 9코스가 만나는 기점이자 올레길 8코스의 종점이다. 해안을 따라 포구로 가는 길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건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닷가에서는 웨딩촬영에 나서는 행복한 커플들도 눈에 띈다.

      포구에 이르면 너른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오른편엔 해안절벽이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박수기정’이다. 박수는 샘물, 기정은 절벽이란 뜻이다. 즉, ‘샘물이 솟는 절벽’이란 의미다. 130m에 이르는 높은 절벽에서 바다로 향하는 폭포가 장관이다. 날씨가 좋으면 박수기정 뒤로 산방산, 송악산, 형제섬과 사계해안도로가 선명하게 보인다. 해가 떨어질 무렵이 되자 바다 위로 주황색·금색 빛이 부스러지듯 떨어진다. 커피 한잔 하며 일몰의 운치를 느껴보자.

      ◆서귀포의 숨골, ‘화순곶자왈’ 탐방

      ‘난개발’로 인해 진짜 제주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어 아쉽다는 제주도민이 적잖다. 서귀포에서는 아직까지 살아 숨쉬는, 정돈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제주를 느낄 수 있는 ‘화순곶자왈’이 있다. 곶자왈은 숲이라는 뜻의 ‘곶’과 나무와 덩굴이 엉켜있는 곳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의 생태 지역을 말한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화순곶자왈은 편안하게 걸을만한 산책로가 잘 마련돼 있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바위들과 쪼개진 틈 사이로 강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곶자왈은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들의 치열한 생존공간이기도 하다. 얼기설기 올라온 나무뿌리, 바위 위를 타고 초록빛을 뽐내는 식물들이 신비한 느낌을 더한다. 약 1.5㎞ 정돈된 숲길을 따라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한라산과 산방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가끔은 함께 산책을 즐기는 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백이 흐드러지는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겨울제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동백’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위치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서는 흐드러진 동백꽃길을 걸을 수 있다. 내달 31일까지 동백축제도 열린다. 공원내 올레길, 정원, 산책로 등 곳곳에서 동백꽃을 풍성하게 만나볼 수 있고, 포토존이 다수 마련돼 ‘인생샷’ 남기기에 충분하다.

      ◆변시지 선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기당미술관

      서귀포 이중섭길이 유명하지만, ‘제주화’라는 화풍을 만든 변시지 선생의 작품도 관람할 수 있는 기당미술관도 들러볼 만하다. 변시지 선생은 서귀포 출신의 화가로, 황토빛 바탕에 먹색의 선을 수놓은 현대적인 수묵화를 선보였다. 바람, 조랑말, 소년 등 작품 속 등장하는 소재만 봐도 ‘제주’가 느껴진다. 그는 살아있는 동양화가로서는 최초로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2점의 동양화를 상설전시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변시지 선생의 작품은 기당 미술관에서 상시로 만날 수 있다.

      타계하기 전까지 그는 기당미술관의 명예관장이기도 했다. 박물관은 나선형으로 설계돼 자연채광이 잘 들어오고, 잘 꾸며진 정원이 세련됐다. 미술관 앞에서 바라본 한라산의 전망도 멋지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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