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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07 03:00:00, 수정 2018-11-07 09:32:14

    오색 단풍·억새 바다… 합천은 가을 파노라마 잔치

    홍류동 계곡 소리길, 해인사로 향하는 산책로… 비경 일품
    억새군락지, 사진 명소로 인기… 영상테마파크도 가볼만
    • [정희원 기자] 흐드러진 붉은 단풍의 정점을 보고 싶다면 이번 주말, 경남 합천군으로 떠나자. 합천 하면 해인사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합천은 경남에서 가장 넓은 지역이다. 홍류동 계곡의 붉은 단풍, 합천호의 새벽 물안개, 황매산 군립공원에 넓게 펼쳐진 억새군락지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가을의 면모를 즐길 수 있다.

      ◆올해 마지막 단풍놀이, 홍류동 계곡 소리길에서 즐기자

      홍류동 계곡이 흐르는 소리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을 그 자체’를 흠뻑 만끽할 수 있다. 홍류동 계곡이란 이름도 단풍이 계곡에 비쳐 빨갛게 보인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이곳은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길이자 해인사로 향하는 약 7㎞의 산책로다.

      이 중 길상암부터 해인사까지 2.1㎞ 구간은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길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어 편리하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한껏 내뿜는 피톤치드, 미세먼지 걱정 없는 시원한 공기, 힘찬 물소리 모두 하나 버릴 것 없이 이롭다. 산책로에는 가야산 19경 중 16경이 녹아 있어 ‘신선놀음’ 흉내를 내기에도 손색없다. 근처에 산다면 아무리 게으른 나라도 매일 산책 나올 자신이 있을 정도다.

      아닌 게 아니라, 소리길은 역사 속 인물들이 거쳐 간 길이다. 신라의 최치원은 소리길 끝에 갓·지팡이를 걸어두고 가야산 신선이 됐고, 사명대사는 임진왜란이 끝난 뒤 이 길을 찾아 다시 불법을 닦기 시작했다. 성철 스님도 이 길로 산에 들어 깨침을 얻었다고 한다.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길을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해인사에 다다른다. 2시간 반 정도면 넉넉하다. 스님들의 불경을 외우는 소리에 절로 마음이 경건해진다. 최근에는 수능시험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학부모들의 기도가 이어졌다고 한다. 노란 종이에 소원을 적어 걸어둔 나무도 눈길을 끈다. 해인사에 들어서면 세계문화유산인 장경판전 틈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다. 목판에 한 땀 한 땀 새겨진 글자를 직접 보고 싶었지만, 현재는 관리가 엄격해 멀리서만 바라볼 수 있다.

      산책을 마치고 먹는 ‘지역 맛집’도 빼놓을 수 없다. 소리길 인근에는 다양한 향토 요리·사찰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특히 가을철에는 삼일식당의 ‘송이국’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짭조름하고 맑은 국물에 송이 향이 한껏 배어 향기롭다.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많은 가짓수의 반찬들이 식탁을 꽉 채워 든든하다.

      ◆억새군락지에서 올가을 ‘인생샷’

      소리길·해인사에서 울긋불긋 단풍을 만났다면, 황매산 군립공원에서는 황금빛 가을의 정점을 엿볼 수 있다. 억새군락지는 2644만㎡(약 800만평)에 이른다. 요즘 들어 10~20대 젊은층 사이에서도 ‘인스타그램 사진 명소’로 손꼽히는 모양새다.

      황매산 군립공원은 합천 가회면과 대병면, 산청 차황면에 걸쳐 있다. 태백산맥의 마지막 봉우리이자 조선 개국을 도운 무학대사가 수도한 장소이기도 하다. ‘우아한’ 트래킹을 원한다면 황매산 오토캠핑주차장에서 산불감시 초소까지 왕복 1시간 트래킹 코스를 추천한다. 길이 평탄하고, 마지막 ‘천국의 계단’만 제외하면 무난히 올라갈 수 있다. 조금 더 도전해보고 싶다면 1시간 반을 더 투자해 정상(해발 1008m)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정상까지 계단길이 이어져 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르니 평원에 쫙 깔린 억새가 ‘가을이야’라며 손을 흔들고 춤추는 것 같다. 햇빛에 반사돼 금빛·은빛으로 빛나는 모양새가 애살스럽다. 사방이 억새군락지여서 가까이서, 멀리서 봐도 장관이다.

      편한 길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계단이 나타난다. 한눈에 봐도 매우 높고, 길다. 수직으로 치솟은 계단은 정상의 봉우리 쪽으로 이어지는데, 예상치 못한 계단에 헉헉거리며 오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머릿속에 ‘이건 거의 천국의 계단이다’라는 생각이 스친다. 하늘을 향해 거의 수직으로 솟은 계단을 오르는 내내 햇볕이 눈을 찌른다. 10분이 채 되지도 않아 감시초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360도 파노라마 억새밭이 너무나 아름답다. 올라올 만한 가치가 있다. 날이 맑으면 지리산 천왕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테마파크에서 만나는 일제강점기·1970년대 서울

      가을의 합천에서는 가는 곳마다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가득하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영화촬영 세트장인 ‘합천 영상테마파크’가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강철비’·‘대장 김창수’·‘밀정’·‘아가씨’에 이르기까지 경성스럽거나, 1970~80년대 감성이 엿보이는 곳은 거의 이곳을 거쳤다.

      테마파크에 들어가면 적산가옥거리, 일제강점기 서울 소공동 거리, 1970년대 종로거리를 순서대로 만날 수 있다. 서울 남영역은 현재와 거의 흡사해 깜짝 놀랄 정도다. 내부에서 운행하는 옛 기차를 탈 수 있고, 교복체험도 가능하다. 테마파크를 다녀온 뒤에는 실제 청와대를 68% 축소해 건축한 청와대 세트장도 세트로 관람할 수 있다.

      ◆합천시티투어버스 운영, 편안한 여행 도와

      서울에서 합천까지는 약 3시간 반에서 4시간이 걸린다. KTX를 활용하면 서울역에서 1시간 반을 달려 김천 구미역에 내려, 다시 다른 대중교통을 활용해야 한다. 자가용이나 시외버스로도 4시간 남짓이 걸려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합천군은 수도권 관광객을 위한 ‘합천시티투어 버스’ 여행상품을 운용해 편의를 높였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김천 구미역에 내려 합천시티투어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이를 타면 해인사까지 1시간 20분이 걸린다. 시티투어버스는 해인사 소리길, 합천 영상테마파크, 청와대 세트장, 황매산 군립공원까지 당일 여행 가능한 코스로 운영되고 있다. 상품요금은 9만8200원으로 왕복교통비·입장료·식사비·안내료를 포함하고 있다. 매일 10명 이상이면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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