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조금 편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마무리 투수가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일까. 바로 평정심 유지다. 자신의 투구 내용에 따라 경기의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는 터라, 1이닝 정도만 소화함에도 부담감과 긴장감은 엄청나다. 이런 상황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견뎌내기 힘든 자리이기도 하다.
실제로 롯데의 진명호는 지난 5월 15일 마산 NC전에서 개인 통산 첫 세이브를 올린 뒤 “이렇게 마무리 투수가 힘든 자리인 줄 몰랐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롯데의 마무리 투수 손승락은 매번 막중한 책임감 속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문제는 올 시즌엔 좀처럼 성적이 따르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4일까지 37경기에 나서 1승 4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은 4.57을 기록했는데 블론 세이브가 6차례에 달했고, 모든 블론 세이브가 5월 29일 사직 LG전을 시작으로 2개월 새에 집중됐다. 이런 탓에 부담감은 날이 갈수록 심화했고, 급기야 포크, 커브 등을 장착하는 모험수까지 던지기에 이르렀다.
“시즌 중에 새 구종을 장착하는 것을 보면 습득력이 꽤 좋은 선수 같다”라고 칭찬하긴 했지만 조 감독의 진짜 바람은 따로 있었다. “세이브 상황 때도 편하게 던졌으면 좋겠다”라며 자신감 되찾기를 주문했다. 구종 추가라는 임시방편도 때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행스럽게도 손승락은 지난달 29일 고척 넥센전을 시작으로 3경기 연속 세이브에 성공하며 반등에 성공했는데, 특히 지난 4일 대구 삼성전은 여러 면에서 유의미했던 세이브가 기록됐다.
통산 249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 임창용(KIA)에 이어 세 번째로 250세이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는데, 내용 면에서도 인상적이었다. 이전 2경기와는 달리 예전처럼 직구와 슬라이더만을 이용해 타자들과 맞섰다는 점이다.
특히 직구의 비율은 65%(13/20)에 달했다. 올 시즌 직구의 비율을 39.4%까지 줄였던 것과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게다가 직구는 단 한 차례도 피안타로 이어지지 않았다. 다린 러프의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던 슬라이더 역시 날카로웠다. 여전히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기엔 충분했다.
"몇 차례 좋은 경기를 치러 자신감이 붙는다면 스스로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결국 조 감독의 지적대로 해답은 자신감에 있었다. 구종 추가라는 변화 없이도 여전히 손승락은 경쟁력을 갖춘 마무리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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