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들이 올 시즌 처음 도입된 무제한 연장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감독인 김경문 두산 감독도 반대했다. 원래 김 감독은 ‘빅볼’을 추구하면서 “팬들을 위해 승부를 내야 한다”는 무제한 연장전의 도입 취지에 찬성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막상 다친 현실은 달랐다.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았다. 먼저 김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이닝, 최장시간 경기의 희생자가 됐다. 지난 9월3일 잠실 두산-한화전은 연장 18회, 5시간51분이 걸린 ‘무박2일’ 경기였다. 이어 김 감독은 지난 17일 잠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삼성과 연장 14회, 5시간7분의 혈전을 벌였다. 이 경기도 플레이오프 최다이닝 경기였으며, 두 팀 합쳐 17명의 투수가 동원됐다.
이렇게 되자 김 감독은 19일 대구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 우선 관중들이 다 가버리더라. 팬들을 위해 승부를 내야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했는데 자정이 넘어 경기가 끝나니 관중이 거의 없었다. 또 선수들이 너무 지쳐 다음 경기에도 큰 지장을 받았다”고 설명하며 “연장 15회도 많다. 12회 정도면 적당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두산과 삼성, 두팀 더그아웃에는 이례적으로 이상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본부장이 나와 두 감독을 비롯해 야구 관계자들의 여론을 청취했다. 야구 관계자와 취재진도 “선수들의 체력이 메이저리그에 비해 강하지 못하고, 선수층도 얇은 우리나라 현실에는 맞지 않다”고 끝장 승부에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무제한 연장전이 내년부터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제한 연장전은 감독들과 충분한 상의도 없이 몇몇 구단에서 팬서비스라는 명분을 들고나와 이뤄진 것이기 때문. 특히 선동렬 삼성 감독은 당초 무제한 연장전에 반대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김응룡 삼성 사장과 김재하 단장이 이사회와 단장회의에서 가장 강력하게 무제한 연장전을 주장해 관철시킨 주역들이었다. 만약 삼성이 연장 18회 경기를 한 끝에 부상선수가 나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면 이들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대구=스포츠월드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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