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베이징에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을 경험했습니다. 9일 한국의 첫 메달이 나온 사격 10m 공기권총 공식기자회견장이었습니다. 한국의 진종오가 은메달을, 북한의 김정수가 동메달을 따내 질문거리가 많은 자리였습니다.
조직위에 나온 회견 진행자는 먼저 중국 기자에게 질문 권한을 줬습니다. 15분이라는 짧은 회견시간에 중국기자가 던진 첫 질문은 자국 금메달리스트에게 “결선에서 왜 긴 팔 겉옷을 입었느냐”였고 답변은 “추워서”라는 저급한 수준이어서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한국기자들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넘어갔습니다.
진행자는 두 번째 질문권을 서양인인 로이터통신 기자에게 줬습니다. 그는 진종오와 김정수에게 “서로 축하한다는 말을 이 자리에서 건네는 게 어떻느냐”고 물었습니다. 이때 느닷없이 진행자가 끼어들었습니다. 그는 “경기와 상관없는, 정치적인 질문이다. 질문을 통역하지 않겠다”며 묵살했습니다.
이러자 외신기자들이 “Why not?(도대체 왜 안 되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함을 질렀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정치적이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국 기자들도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진행자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고 ‘남북’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경직된 중국 당국의 자세가 올림픽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 통제에 이어 인터뷰까지도 통제하겠다는 것이지요. 만약 기자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티벳과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자회견장에서 추방되거나 공안에 끌려가는 것은 아닐지 겁이 납니다. 용기가 부족해 이번 올림픽에서는 티벳 관련 언행은 삼가할 생각입니다.
스포츠월드 송용준 기자 eidy015@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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