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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결국 나’ 물거품 된 체육회장 야권 후보 단일화… 이기흥 3선 막을 길 없어지나

입력 : 2024-12-25 19:30:06 수정 : 2024-12-25 19: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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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선을 다하겠다”던 단일화는 없던 일이 됐다. 기득권 유지에 나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만 웃는 꼴이다.

 

내년 1월 14일 치러지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공식 후보자 등록 절차가 24∼25일에 걸쳐 마무리됐다.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현 회장을 필두로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 회장 등 최종 6명이 입후보를 알렸다.

 

화두는 ‘反이기흥파’의 단일화였다. 이 회장은 채용비리, 업무방해, 횡령, 배임, 금품수수 등 숱한 위법행위 의혹을 받으며 안팎의 비난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연임 야욕을 숨기지 않은 상황. 그를 저지하려면 야권 후보들이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강신욱·강태선·유승민을 비롯해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등은 실제로 두 차례 회동을 갖고 단일화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였다. “후보 간 견해 차이를 좁히고, 국민적 열망인 후보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가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공식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신욱 후보 측 제공

 

허울뿐이었다. 정작 단일화를 언급하며 입후보를 포기한 이는 박창범 전 우슈협회장과 불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전 시장뿐이다. 박 전 후보는 강신욱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한국 체육계의 백년대계를 위해 국민과 체육인이 내린 ‘후보 단일화해 선거에서 승리하고 체육계를 정상화하라’라는 준엄한 명령을 받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 전 시장은 “제 사퇴 이후라도 모든 후보들이 단일화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스스로를 버리고 모두가 승리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세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길 촉구한다”며 “그동안 단일화를 위해 진정성을 보인 강신욱 후보를 중심으로 강태선 후보, 유승민 후보 등 모든 후보가 ‘단일화’가 갖고 있는 역사적 소명과 무게감이 얼마나 큰지를 되짚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결자해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뜻깊은 결단이었지만, 결과물은 허무하다. 단일화를 포기한 유승민 후보는 “각 후보의 신념과 비전이 명확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가 수반되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주영 후보는 “단일화는 체육회의 공정성을 해치고,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라며 일찌감치 단일화 반대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오른쪽)이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공식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유승민 후보 측 제공
 

 

분열된 야권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건 당연히 이기흥 회장이다. 선거가 다자 구도로 흘러가면 그의 연임을 저지하기 어렵다는 게 체육계 중론이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건 맞지만, 처음 체육회장을 맡았던 2016년부터 지금까지 가꿔둔 체육계 ‘텃밭’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재선 당시에도 야권 단일화 실패 덕을 톡톡히 봤다. 2021년 1월 열린 제41대 회장 선거에서 득표율 46.4%(915/1974)로 25.7%의 강신욱, 21.43%의 이종걸 후보 등을 눌렀다. 제40대 회장직에 오를 당시 찍은 33%(294/892)보다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며 표가 분산된 경쟁자들을 제압했다.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유독 국민적 관심이 하늘을 찌르는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다. 썩을 대로 썩은 체육회의 온상이 드러나면서 개혁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 공식 입후보 전에 역대 가장 많은 8명이 출마 의지를 밝혔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후보자 난립으로 ‘과유불급’의 상황이 펼쳐졌다. 명분은 인정하지만, 정작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단일화의 아이러니를 극복하지 못했다.

 

“만약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아 이기흥 회장이 3선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우리 (야권) 후보들의 잘못이라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박창범 전 후보의 경고를 다시 되새길 때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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