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로 챙긴 한국시리즈(KS) 우승. 하지만 만족도, 방심도 없다.
프로야구 KIA의 겨울 행보가 뜨겁다.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선수단 보강에 열을 올린다. 7년 만의 KS 우승과 함께 ‘V12’를 이룩하며 2024시즌의 주인공이 됐지만, 스토브리그 움직임만큼은 아쉽게 우승을 놓친 팀처럼 보일 정도로 적극적이다.
시작은 불안해 보였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은 집토끼 3인방 중 핵심이었던 우완 불펜 장현식을 놓쳤기 때문.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52억원 전액 보장 계약이라는 심상치 않은 카드를 꺼낸 LG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통합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불펜 마당쇠를 놓치며 드리우는 듯했던 먹구름, 다른 움직임으로 깨끗하게 씻어냈다. 또 다른 핵심과제인 외국인 선수 구성에서 낭보가 시작됐다. 올해 최고 외인 제임스 네일과 재계약에 성공하더니, 미국 메이저리그(MLB) 현역 선발로 뛰던 우완 아담 올러까지 품어 리그 최강 원투펀치 후보에 올랐다. 또 3년간 함께 하던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과감한 작별을 택하고, 팀에 꼭 필요한 장타 옵션을 갖춘 거포형 타자 패트릭 위즈덤 영입까지 눈앞에 뒀다. 우승으로 옅어졌다고는 하지만, 팀이 노출한 약점들을 확실히 메우는 모양새다.
방점은 트레이드로 찍혔다. 지난 19일, 키움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우완 불펜 조상우의 영입을 알린 것. 반대급부로는 현금 10억원과 2026 신인드래프트 1·4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미래를 지불했지만, KIA의 손익계산서는 나쁘지 않다. 조상우가 과거 정상급 퍼포먼스를 되찾는다면, 장현식 공백 보강을 넘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까지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추후 다년계약 혹은 FA계약까지 이어진다면, 그것도 또 다른 경사가 될 수 있다.
호랑이들의 화끈한 스토브리그, 그 끝에는 왕조 구축이라는 최종 목표가 있다. 해태에서 KIA로 새 단장한 이래 아직 2년 연속 KS 우승에 성공한 적이 없다. 해태 시절에만 4연속 우승(1986∼1989년), 2연속 우승(1996∼1997년)을 1번씩 달성했다. KIA 이름으로 우승을 알린 2009, 2017년은 모두 이듬해 5위로 추락했던 아픈 기억만 남았다.
이번 스토브리그에 숙원사업을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심지어 2025시즌을 마치면 격동이 도래한다. 양현종, 최원준, 박찬호 그리고 조상우까지 모두 FA가 된다. 은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최형우도 2023년 맺은 1+1년 비FA 다년계약이 종료된다. 전력 유지에 사활을 걸겠지만, 변수를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찾아온 ‘리핏‘ 기회를 반드시 살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였던 KIA다.
아직도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21일 또 다른 집토끼 임기영과 3년 최대 15억원에 도장을 찍었고, 서건창과의 계약도 마지막 과제로 남아있다. 숨 가쁘지만, 차분하게 조각을 모아가는 호랑이 군단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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