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면 버텨야죠!”
프로 세계는 경쟁의 연속이다.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화려한 스타의 삶을 사는 이도 있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살아남은 자가 결국 강한 자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태곤(SSG)도 마찬가지다. 매 시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경기, 더 많은 타석에 설 수 있을지 고민한다. 오태곤은 “야구선수는 야구장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한 것 아닌가.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느낄 때도 있지만 어쩌겠나. 버티고 또 버틴다”고 웃었다.
올해로 15년차. 쉽지 않은 길이 걸어왔다. 2010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전체 22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KT를 거쳐 SSG에 둥지를 틀었다. 1군 통산 119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1(2815타수 735안타) 73홈런 328타점 152도루 등을 올렸다. 2024시즌엔 117경기서 타율 0.275, 9홈런 27도루 31볼넷 등을 작성했다. 중요한 순간 해결사 역할을 해내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더그아웃에서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물론이다.
언제부터인가 오태곤에게 익숙해진 수식어 중 하나는 ‘슈퍼 백업’이다. 쓰임새가 많다. 대타, 대수비, 대주자 무엇이든 척척 해낸다. 당사자에겐 여러 감정을 하게끔 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오태곤은 “누구나 주전을 꿈꾸지 않나. (벤치에 많이 있을 땐)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올해만 하더라도 4월엔 13타석에 그쳤다. 그렇다고 티를 낼 순 없다. “태를 내는 순간 팀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마이너스다. 집에 가서 맥주 한 잔에 털어내곤 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작아질 필요는 없다. 매 시즌 144경기 장기레이스가 펼쳐진다. 리그 특성상 주전 멤버만으론 절대 완주할 수 없다. 오태곤은 “분명히 기회는 온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누군가는 다치고, 누군가는 지친다. 계속 어필해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선발라인업에 이름이 없어도 뒤에서 줄곧 배트를 휘두르는 이유다. “벤치에 앉아 있다 나가서 결과물을 내긴 어렵다. 뭐라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오태곤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두드리고 또 두드린다. 오태곤은 “경쟁을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 편하게 내년 시즌을 준비하려 한다. 또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묵묵하게 나아가는 발걸음은 누군가에게 큰 영감을 주기도 한다. 오태곤은 “나 같은 선수도 있어야 하지 않나. 모두가 주연이 될 순 없다. 팀 방향성도 생각해야 한다. 이 팀에 오면서 ‘후회 없이 한 번 해보자’ 생각했다.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