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미술 감독들의 프로덕션 디자인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이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3일부터 내년 4월24일까지 주독일한국문화원에서 특별 전시회 ‘씬의 설계: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상’전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한국 영화 미술의 세계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행사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영화의 성공 비결을 미술감독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술감독들이 성취한 ‘프로덕션 디자인(스크린에 보이는 영화의 외양과 시각을 디자인 하는 일)’은 한국 영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프로덕션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한국 영화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K-무비 속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이 해온 역할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특히 미술감독들의 작업 과정을 통해 프로덕션 디자인이 어떻게 영화 제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조명한다.
첫 번째 섹션의 주인공은 류성희 미술감독이다. 한국 영화 미술의 선구자로 통하는 류 감독은 영화 ‘아가씨’(2016)로 그 해 칸 영화제 ‘벌칸상’을 수상했다. 벌칸상은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 중 미술, 음향, 촬영, 편집, 시각효과 등에서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이룬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번외상으로, 칸 영화제에서 미술감독에게 이 상이 주어진 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류 감독이 참여했던 아가씨와 ‘헤어질 결심’(2022)의 프로덕션 디자인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며, 그의 상징적인 벽지 디자인과 관련된 스케치, 도면, 현장 사진은 물론, 작업의 뒷이야기를 담은 사전 조사자료와 로케이션 사진도 공개된다.
조화성 디자이너는 영화 ‘초록물고기’(1997)부터 ‘한산: 용의 출현’(2022)까지 수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 미술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디자인한 거북선과 판옥선, 안택선의 작업 과정이 3D 그래픽과 영상으로 재현돼 관람객들에게 실제 배 내부를 탐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한아름은 최신 한국 영화 미술을 이끄는 주역 중 한 명으로 영화 ‘킹메이커’(2022)와 ‘길복순’(2023)을 통해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콘셉트 디자인’ 과정을 중심으로, 영화의 비주얼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단계들을 보여줄 예정이다.
양상근 문화원장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가 프로덕션 디자인이라는 영화 미술의 관점에서 K-무비의 저력을 소개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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