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서 박준영을 막을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조금 늦게 핀 꽃도 아름답다. 프로에서 맞이하는 6번째 시즌. 포워드 박준영(KT)이 마침내 날개를 피려 한다. 이제 2라운드가 진행 중이지만,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커리어하이를 작성 중이다. 15경기를 치르는 동안 평균 25분45초 뛰었다. 10.6득점에 6.6리바운드, 1.9어시스트 등을 올렸다. 토종 빅맨 하윤기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음에도 KT가 흔들리지 않은 이유다. 8일까지 10승6패(승률 0.625)를 기록, 단독 3위에 자리하고 있다.
하이라이트 장면들도 대거 만들어냈다. 10월 25일 SK와의 경기서 11득점-11리바운드로 데뷔 첫 더블더블을 완성했다. 지난달 11일 정관장전에선 26분43초 동안 코트 위를 누비며 20득점을 홀로 책임졌다. 끝이 아니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8일 KCC와의 홈경기에선 짜릿한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박지원의 레이업 슛이 실패하자 공격리바운드에 이어 직접 슛까지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비디오 판독 끝에 60-58 승리를 확정지었다.
시작은 화려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T의 부름을 받았다. 아쉽게도 프로의 벽은 높았다. 루키 시즌 9경기서 평균 3.6득점 2.6리바운드 0.9어시스트 등을 올리는데 그쳤다. ‘변거박(변준형 거르고 박준영)’이라는 웃지 못 할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주저앉지 않았다. 지난 일들에 얽매이기보다는, 앞을 바라봤다. 묵묵히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며 훈련을 거듭했다. 간절함으로 한 계단씩 걸어 나간 끝에 결국 자신만의 잠재력을 터트렸다.
가파른 상승곡선. 사령탑도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송영진 KT 감독은 박준영에 대해 “원체 센스가 많은 친구인 데다 노력도 정말 많이 한다. 이해력도 높다. 다른 선수에게 열 마디, 스무 마디 할 것을 한 번에 알아 듣더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하나둘 슛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브릿지 역할도 잘해주더라. 하윤기가 돌아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동료들 역시 반색했다. 외인 레이션 해먼즈는 “리그서 박준영을 막을 수 있는 선수가 몇 명 없다고 본다.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원=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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