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개됐던 ‘좀비버스’는 생존을 위해 기상천외한 퀘스트와 딜레마를 해결해나가는 더 크고 더 웃긴 좀비 코미디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K-좀비 예능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좀비물의 긴장감과 예능의 코미디를 결합한 새로운 차원의 장르를 창조했다.
두번째 시즌에선 스케일이 더 커졌다. 최근 공개된 ‘좀비버스: 뉴 블러드’는 확장된 세계관, 한층 치밀해진 구성,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 능력치 진화한 좀비까지 세계관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넷플릭스 ‘좀비버스: 뉴 블러드’ 박진경, 문상돈 PD는 2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빌딩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사람은 편집 기간인 2개월 동안 4일만 쉬었다. 눈 뜨면 바로 일하고 새벽에 지쳐서 집 들어가는 생활을 이어가며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이들은 “지난 시즌에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가 많았던 것 같다”며 “이번에는 내용에 대한 피드백이 거의 한 90% 이상이었던 것 같아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박 PD는 “지난 시즌에는 ‘이게 어떤 장르라고 생각하나’, ‘리얼은 뭐고 대본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 많았다면 이번엔 최소한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수 있게끔 이 장르가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만들었다”고 제작을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실제로 두 사람은 장르에 대한 애매모호한 피드백이 줄어들고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졌다는 데서 안도했다. 박 PD는 “저희가 세부 지표까지는 들여다보진 못했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콘텐츠로 즐기시기보다는 계속 ‘이게 무슨 프로일까’ 하면서 보시는게 제일 마음에 걸렸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그 부분이라도 해결을 해보자고 이야기를 했고 실제로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저희도 자신 있었어서 어떤 반응이 올지 내심 기대했다. 예상했던 반응은 거의 다 돌아온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좀비버스’의 장르는 한 마디로 구분하기 어렵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 또한 해당 작품을 몰입도 높은 좀비물의 한 장르로 봐야할지 혹은 웃음을 주는 예능의 한 장르로 봐야할지 혼란스럽다. 박 PD는 “큰 틀에서 보면 버라이어티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버라이어티는 역사가 굉장히 길지 않나”라며 “저희 나름대로는 그동안 있었던 버라이어티의 여러 장르를 잘 섞으려고 했었던 것 같다. 상황극이나 게임 등 버라이어티 총집합 같은 느낌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확실하게 ‘어떤 장르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없겠다고 느끼긴 한다. 예전에 제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잘 되고 나서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났었는데 이번엔 아직 안 나오더라”라며 “후발주자들이 있으면 ‘장르가 새로 생겼구나’ 하겠는데 아직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엔 예능적 요소를 강화했다. 문상돈 PD는 “예능의 강도를 업그레이드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캐스팅에서도 전문 예능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배치했다. 웃음을 더 살려두고 버라이어티스럽게 만들어줄 수 있는 구성이 되지 않았나”라고 돌아봤다.
또한 좀비물과 예능 사이의 선은 작품 내에서 확실하게 그었다. 박 PD는 “여기는 퀘스트 하는 부분이고, 또 여기는 연출 티를 일부러 확실히 냈다”며 4화 서울 진입 장면에서 CG로 구현한 불타는 차들과 장벽을 언급했다. 이어 “여기는 누가 봐도 특정 상황을 받고 연기를 하는 거구나 싶게끔 구분을 확실하게 지었다”고 부연했다.
출연진이 몰입하던 중 웃음을 참는 장면들을 일부러 빼지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박 PD는 “저희가 좀비를 활용한 국내외 버라이어티를 봤었는데 좀비를 보고 너무 실제 좀비처럼 대하는 부분이 오히려 좀 힘들고 이질감이 느껴지더라”라며 “드라마나 영화였다면 좀비를 보고 놀라는 게 더 자연스럽게 와닿는데 예능이라면 당연히 실제 좀비가 아닌 걸 아니까 그걸 너무 실제처럼 받아들이는 것들이 오히려 역으로 몰입감을 해친다고 해야 할까”라고 설명했다.
박 PD는 “예를 들면 4화 엔딩에서 태연이 각목으로 피난민을 내려치고 멤버들이 도망을 친다. 유도선수 출신 조준호가 딘딘이랑 친한데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이 장난감 칼을 휘두르면서 굉장히 예능적으로 싸움을 한다”며 “드라마나 영화라면 절대 안 들어갈 장면들을 일부러 넣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1화 제주도 대피소 장면에서도 보조 연기자들이 빈 박스를 구호물품처럼 나르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한 분이 너무 무거운 것처럼 연기를 하면서 가시더라. 드라마로 치면 NG로 보일 만큼 어색한 부분인데 저희는 일부러 길게 넣었다. 웃음이 터질 수 있게 장르를 조금 뒤틀었다고 해야 할까”라고 덧붙였다.
출연진 섭외 기준을 두고 박 PD는 “저희는 딱 6회 차 촬영을 했다. 그 안에서 사실 친해지기가 쉽지는 않다”며 멤버들끼리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 번째로는 그냥 방송 경험이 많은 분들을 섭외했다. 예능 프로그램 경력이 기본적으로 많으신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빌런으로 나온 신현준 캐스팅 비하인드도 밝혔다. 극중 좀비 컬렉터로 나온 신현준은 시청자 누구도 예상 못한 깜짝 캐스팅이었다. 문 PD는 “최종 빌런의 역할을 누구로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친분이 있는 사이여야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현준은 이시영과 ‘연예가중계’를 10년 이상 진행하기도 했고 조세호와도 친분이 있었다. 워낙 연예계 마당발인 만큼 현장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 수 있을 것이랑 확신이 있었다. 문 PD는 “현장에서 연기하시는 걸 보고 다들 놀랐다. ‘이 정도 연기를 하시는 분이었지. 우리가 그간 너무 즐라탄으로 알고 있었다’”고 웃음을 불렀다. 이어 “카메라 감독님들도 워낙 예능을 많이 찍으신 분들인데 ‘연기가 진짜 다르다’고 놀라시더라. 우스꽝스럽게 나왔지만 현장에선 ‘섬뜩하고 미친 사람 같은데’라는 느낌이 있었다”며 “이시영 씨는 진짜 사이코 같다고 가까이 가지 않고 싶어 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간 예능에서 코믹한 이미지가 강했던 만큼 신현준도 이번에 욕심을 많이 냈다고. 박 PD는 “역할 자체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니까 복장 하나도 ‘이 옷은 어떠니’ 하면서 많이 생각을 하고 오셨다”고 신현준의 열정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멤버들이 너무 처음 보는 사람이었으면 ‘선배님’ 하면서 그림이 안 나왔을 것”이라며 “방송상으로는 편집이 됐는데 이시영은 신현준이 너무 수상하니까 경찰이 범죄자 제압하듯이 뒤로 다가가서 무릎으로 뒤를 쳐서 무릎을 꿇리기도 했다”고 미소 지었다.
퀘스트는 제작진이 세팅을 하지만 미션에 돌입한 이후로는 개입을 하지 않다보니 변수도 많은 촬영 현장이었다. 제작진도 촬영 중 유동적으로 장면들을 바꿨다. 예컨대 4화에서 태연이 ‘좀비가 됐으면 더이상 가족이 아니지 않나’라고 유일하게 입장을 밝혀서 그에게 각목을 쥐어주게끔 피난민에게 지시했다. 만약 태연이 각목을 내려치지 않았으면 이후 탈출 과정은 유도 형제가 함께 했을 거라고.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에 따라서 그다음 녹화를 준비해야 하니 짧게는 열흘부터 2주 사이 텀을 두고 촬영을 했다. 양양에 처음 도착해서 덱스와 성재가 물품 탐색하는 장면도 처음 구상엔 없었지만 두 사람이 촬영 중 친해져서 장면을 넣을 수 있었다. 박 PD는 “드라마라고 치면 쪽대본이다. 중간에 수정도 많고 연출할 때도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곤할 만큼 중간에 신경 써야 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가장 예능적 요소가 강했던 컬링 장면을 두고 딘딘은 한 인터뷰에서 “제작진이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컬링 의도가 없었는지 묻자 박 PD는 “저희가 그 정도는 다 생각을 해놓는다”고 웃었다. 그는 “그 장소에 진입했을 때 출연진들도 사실 흔히 말하는 방송쟁이들이라 제작진이 세팅을 했는데 너무 맥없이 건너가 버리면 분량이 안 될 거라는 걸 너무 잘 알아서 탐색을 많이 한다. 근데 금방 알아챘다. ‘이거 컬링 세트네’ 하면서”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좀비들이 앞에서 빗자루질을 쉴 새 없이 했고 쓰레기통인데 굳이 바퀴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박 PD는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고 맥없이 지나가 버릴까 봐 바퀴랑 쓰레기통을 분리가 안 되게 그냥 붙여버렸다. 또 보조 연기자들에겐 뭘 하자고 하든 절대 하지 말자고 하고 쓰레기통에 넣어서 굴려준다고 했을 때 움직이라고 주문을 했었다”며 “어떻게든 컬링으로 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긴 했다. 딘딘과 데프콘 두 분이 그쪽으로 많이 리드를 해줬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아울러 “보조 연기자들에게도 보험을 들어놓고 어떤 장면에 오면 그게 될 수밖에 없는 세팅을 많이 해놓는다”며 “사실 재밌게 컬링이 끝났다고 본인들끼리는 좋아했는데 ‘우리가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나’ 걱정도 많이 하더라”라고 웃음을 유발했다.
문 PD는 “편집할 때 저희의 유일한 활력소가 비하인드 컷이었다. 정말 웃긴 장면들이 많았는데 욕도 편하게 하는 사이니까 비방용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컬링 장면에서 피난민 중에 언니가 먼저 당하고 동생을 태우면서 ‘언니 먼저 가 있으니까 괜찮아’ 하는 부분이 있는데 뒤에 다른 가족한테도 한 번 더 그러더라. 근데 그건 뉘앙스가 조금은 비인간적인 것 같아서 뺐다”고 예를 들었다.
수많은 메이킹 공개 요청을 두고도 “사실 저희는 아쉬울 게 없을 정도로 방송에 다 쓴다”고 답했다. 이어 “어떻게든 집어넣어서 다 쓰고 결국에 잘려나갔던 건 결국 다 잘려나간 이유가 있다. 저희가 밝힐 수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지만 정말 아쉬움 없이 원본 카메라 하나하나 뒤져가면서 편집을 한 거라서 그런 아쉬움은 크게는 없다”고 털어놨다.
‘반좀비’로 활약한 노홍철을 두고는 “(극 중에서) 완전히 저희 편이었다”고 했다. 박 PD는 “저희가 지하철에서 주문한 건 자연스럽게 눈치를 보다가 한 명을 인질로 잡고 좀비들이 있는 문을 열라는 거였다. 3회 때도 노홍철이 빵 먹는 척하다가 갑자기 옥상으로 도망가는 장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노홍철이 확실히 대단한 게 저희도 보면서 ‘지금 딱 도망가면 좋겠는데’ 하면 한 10초 후에 도망가더라. 지하철에서도 건장한 남자들이 근처에 있다거나 이시영이 바로 옆에 있어도 굳이 인질로 안 잡다가 권은비를 딱 잡았다”고 노홍철을 칭찬했다.
제작진은 지하철 내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철 통로 곳곳에 모포나 박스 같은 걸 뒤집어 쓰고 숨어있었다고. 부산 지하철과 협조해 2시간 30분가량을 빌릴 수 있었다. 박 PD는 “이시영은 제가 거기 숨어 있는 걸 알고는 노홍철이 도망가고 나서 저를 딱 째려보면서 ‘네가 시켰지’ 하더라. 그러고나서 노홍철에게 손가락 욕을 한 것”이라고 웃으며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이미 시청자들 사이에선 시즌3 요청이 뜨겁다. 열린 결말이었던 시즌2 엔딩을 두고 속편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제작진 입장에선 조심스러운 부분. 박 PD는 “저희가 제작자 입장이었다면 어떤 계획이라고 시원하게 말씀을 드릴 텐데 저희도 일단 돈을 받고 의뢰를 받는 입장에서 아직 확실하게 대답은 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사실 시즌 1도 비슷한 맥락의 엔딩이었다”며 “저희가 시즌 2에서도 못 다뤘던 이야기들이 있다. 예를 들면 제주도에 남겨진 안드레와 파트리샤는 어떤 사연이 있어서 좀비가 되고 한 명은 실종이 됐을까. 봉쇄까지 된 서울에 들어왔는데 이시영이 ‘서울은 봉쇄가 됐다는데 좀비가 별로 없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비영리 글로벌 구호단체가 등장해서 헬기로 수송을 한다는데 반쯤 재밌으려고 쓴 이니셜이 ‘GURA’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만약에 시즌3가 제작되면 어떤 식으로든 사용할 수 있겠다 싶어서 몇 가지의 이야깃거리들은 일부러 남겨놨다. 파트리샤도 제주도에 남겨지고 인터뷰를 했었는데 저희가 굳이 넣지 않았었다”고 향후 전개될 떡밥을 암시했다. 문 PD 또한 “시즌2를 준비하면서도 재밌겠다 싶었던 설정들이 있었다. 아직 풀기엔 시기상조여서 풀지는 않았다”고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출연진들도 시즌3에 적극적이다. 박 PD는 “마지막 촬영쯤 되니까 출연진들이 다들 신났었다. 자기들끼리 시즌3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하더라”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시영이 했던 말 중에 덱스가 마지막에 신현준을 안고 달렸으니까 어딘가에 덱스 동상이 세워져 있지 않겠나. 그 앞에서 우리가 라면이라도 먹으면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얘기한 게 기억에 남는다. 육성재는 자기가 어떻게든 살 방법을 마련해 봐라. 어떻게든 살아서 합류하고 싶다고 우스갯소리로 저희한테 얘기를 하더라. 제2의 노홍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라고 예고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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