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바둑 삼국지’, 점차 절정을 향해 간다.
한·중·일 대표 바둑 기사들이 나라의 명예를 걸고 맞붙는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차전(5∼9국)이 지난달 30일부터 4일에 걸쳐 부산 호텔농심에서 치열하게 진행됐다. 한국은 4일 열린 9국에서 신민준 9단이 셰얼하오 9단(중국)에 패하면서 다소 아쉬운 쉼표를 찍게 됐다. 대회는 다음 해 2월 중국 상하이에서의 최종 3차전으로 바통을 넘긴다.
바둑 국가대항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 3국이 대표 선수 5인으로 팀을 꾸린 후, 연승전 방식으로 겨뤄 바둑 최강국을 가리는 대회다. 우승상금도 5억원(3연승부터 연승 보너스 1000만원)이나 걸렸다.
이번 대회는 지난 9월 옌지에서의 1차전(1∼4국)으로 대장정의 서막을 알렸다. 부산시리즈가 그 열기를 이은 상황, 눈길을 끈 이는 단연 한국의 김명훈 9단이었다.
선봉 설현준 9단의 개막전 석패를 씻고 커제 9단(중국)과 이야마 유타 9단(일본)을 잡았다. 2연승으로 만든 한국의 기세, 그대로 부산으로 가져왔다. 지난 5국에서 대회 최다 19승을 달리는 중국 강호 판팅위 9단을 잡았고, 6국에서 일본 쉬자위안 9단까지 꺾어 파죽의 4연승을 내달렸다.
이후 셰얼하오 9단(중국)과의 7국에서 혈투 끝 1집 반 차이로 패했지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도 남은 김 9단이었다. 2017년 제19회 대회에서 첫 출전을 알려 승리 없이 퇴장했지만, 7년 만에 다시 밟은 무대에서 값진 4연승을 남겼다.
김 9단의 맹활약 속에 한국의 우승 전망은 여전히 밝다. 한국 랭킹 1, 2위를 나란히 달리는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 카드를 아낀 채, 상하이로 향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홍민표 한국 대표팀 감독이 일찌감치 ‘쌍포’로 못박았던 원투펀치다. 박정환 9단은 신진서 9단의 등장 전까지 한국의 수문장 역할을 맡았던 에이스다. 대회 통산 16승9패, 승률 64%를 자랑한다.
신진서 9단의 위엄은 말할 것도 없다. 농심신라면배에 6번 출전해 5번의 우승, 1번의 준우승을 함께 했다. 직전 25회 대회에서는 2차전부터 출전해 끝내기 6연승 기적을 빚어 이창호 9단을 연상시키는 ‘신(新) 상하이 대첩’을 수놓았다. 최근 16연승을 포함한 통산 전적은 16승2패, 승률 88.9%로 화려하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한국은 1999∼2004년에 이은 역대 2번째 5연패를 바라본다. 대회 최다 우승국(16회)의 위상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중국이 8회, 일본이 1회로 뒤를 잇는 중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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