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거둔 승리, 그렇기에 마냥 웃을 수 없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 국가대표팀이 21일 경기도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인도네시아전에서 86-78(19-15, 21-25, 18-23, 28-15)로 승리를 거뒀다.
예상치 못한 흐름이었다.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했던 인도네시아 상대로 연일 끌려다녔기 때문이다. 참고로 FIBA에 따르면, 한국 남자 대표팀의 세계 랭킹은 53위로 인도네시아(77위)보다 24계단 높다. 그럼에도 경기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이날 한국은 이현중-변준형-안영준-이종현-이승현으로 이어지는 스타팅을 꺼냈다. 1쿼터부터 쉽지 않은 승부가 이어졌다. 인도네시아의 거센 압박에 잠시나마 초반 리드를 내주기도 했다. 반면 대표팀의 외곽 슛 시도는 야속하게 림을 외면했다. 1쿼터서 8번을 던졌고,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한 게 방증이다. 점수 차를 틈틈이 좁혔지만, 고전을 거듭 면치 못했다. 한국이 부른 첫 타임아웃, 이때까지만 해도 6-13 열세에 놓였다.
결과는 주효했다. 곧이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대표팀이다. 이현중(일라와라)과 변준형(정관장)을 주축으로 동점 및 역전을 이끌었고, 끝내 1쿼터를 4점 차 리드로 마무리했다. 특히 1쿼터에만 5점 7리바운드를 기록한 이현중의 활약이 빛났다.
2쿼터에도 힘든 싸움을 펼쳤다. 인도네시아의 앤토니 빈 주니어가 코트 위에서 날카로운 감각을 뽐냈다. 전반 1, 2쿼터 17분18초 동안 16점을 넣으면서 한국을 괴롭게 한 것. 한때 재역전을 내줬고, 40-40 동점으로 전반을 마친 배경이다. 이 와중 대표팀은 3점슛 연쇄 실패를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우석(현대모비스)이 이날 처음으로 성공하기 전까지 무려 13번 연속으로 림을 빗나갔다.
승부는 다시 원점부터 시작됐지만, 3쿼터 또한 ‘추격자’의 입장이었다. 어느 한 쪽이 크게 앞서가는 그림 없이 장군멍군을 주고받더니 리드를 재차 내주고 말았다. 무엇보다, 외곽 생산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 게 뼈아팠다. 3쿼터까지 3점 슛 성공률만 해도 그렇다. 한국은 21.4%(6/28)에 그친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40.9%(9/22)를 기록한 게 방증이다.
이변의 문턱에서 기사회생했다. 5점 차 열세로 마주한 4쿼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이날 경기 내내 ‘고구마’처럼 목 막힌 성공률을 자랑했던 3점 슛이 중요한 순간 들어갔다. 이현중을 기점으로 안영준까지 연달아 외곽 슛을 성공시켜 다시 한번 역전(67-68, 70-68)을 만들었다.
분위기를 탄 대표팀은 인도네시아를 몰아치면서 점수 차를 조금씩 벌려 달아났다. 3년 만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이현중은 이날 최종 29분51초를 뛰어 12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더블-더블’ 활약과 함께 대표팀의 승리의 주역이 됐다.
한편, 대표팀은 이틀 휴식을 취한 뒤 24일 오후 3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아시아컵 예선 호주전을 치른다. 훨씬 더 어려운 상대를 만난다. 그도 그럴 게 호주는 FIBA 남자 세계 랭킹 7위에 위치해 있다. ‘난적’을 만나는 만큼 남은 기간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전에서 24.3%(9/37) 성공에 그친 3점 슛 보완도 과제다.
고양=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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