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V리그의 인식을 바꾸는 데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올 시즌 V리그에 외국인 사령탑 바람이 불면서 한국 프로배구 시스템의 기존 틀이 깨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편견 없이 다양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국내 지도자들도 외국인 감독을 넘어서기 위해 더 연구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선순환 효과가 일어나는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해설위원들은 다양한 의견을 냈다. 경계해야 되는 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언급했다.
박철우 KBSN 해설위원은 “V리그가 고여 있는 배구 시스템 속에서 외국인 감독들이 오면서 새로운 물길이 터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기존에 있던 인적 자원을 계속 돌려가면서 지도자를 맡겼다면, 이제는 계속 공부하고 발전해 가야 하는 게 세계적인 배구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있던 상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태웅 SBS 해설위원은 “(외국인 감독 바람을) 한 번은 경험해야 하는 시기다. 시대 흐름에 맞게 흘러가는 건 사실이다”라며 “국내 감독들도 현장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석진욱 KBSN 해설위원은 “국내 지도자들이 국내 리그에만 집중하면서 세계 흐름에 대해 잘 모르곤 했지만 외국인 감독들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훈련 방법이나 시스템이 도입됐다”고 긍정적인 부분을 말했다.
가장 눈에 띈 사령탑은 선두권을 달리는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 감독이다. 윤봉우 KBSN 위원은 “블랑 감독이 기존에 해오던 배구가 있었을 텐데 현대캐피탈이라는 팀에 맞춰서 지금 운영한다는 부분과 들어온지 얼마 안됐는데 선수들을 장악하는 모습은 눈에 많이 들어오더라”라고 했다.
박 위원은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배구를 최대한으로 극대화하거나 기존에 있던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준다. 그 최대치가 선수마다 다른데 최대한으로 살려줄 방안을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지도자들이 선수들에 대한 선입견 없이 고스란히 현재 잘하는 선수들을 기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석 위원은 “외국인 감독들은 선수들의 예전 기량을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지금 잘하는 선수만 보게 된다. 올 시즌에 대한 데이터만 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도 “외국인 감독들의 훈련 스타일은 선수 전원과 훈련을 많이 가져가면서 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한다는 점이다. 경기를 많이 뛰지 않는 선수도 기회의 창이 열려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윤 위원은 “선수들에게 압박을 덜 주니 경기에 대한 자신감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윤 위원은 그 예로 높아지고 있는 국내 선수들의 서브 수치를 꼽았다. 그는 “서브는 제일 압박이 없을 때 본인의 기량을 구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지도자 사이에서 긍정적인 바람이 보인다. 박 위원은 “요즘에는 (국내 들어온) 외국인 사령탑보다 더 뛰어나지 않으면 감독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다들 국제 배구에 관심을 두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국제배구연맹(FIVB) 코치 코스 레벨 1에 간 적이 있다. 젊고 어린 지도자들이 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존에 감독이나 코치를 하고 계시던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확실히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코치 코스 레벨 1은 배구 지도와 관련한 수업과 시험이다.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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